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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음 Sep 04. 2023

퇴사 후, 다른 사람 SNS나 한심하게 훔쳐보는 이유

다른 사람 SNS 훔쳐보며 매일 하는 1가지




나이도 젊은데..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가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데, 그 하루는 언뜻 보면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차를 우려내고, 책상에 앉아 오전 업무를 끝내고, 운동을 하고, 씻고, 가방을 챙겨 카페에 가고, 카페에서 할 일들을 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못한 것들을 다시 점검하고, 알람을 맞추고 잠에 든다. 이 삶은 거의 매일 반복된다. 


-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안 힘들어?

- 놀러도 안 가고 무슨 재미로 살아?

- 가방이 왜 맨날 그렇게 무거워?

- 주말에는 좀 이쁜 카페 같은데도 가고 그래.

- 골프 좀 쳐봐. 요즘 많이들 치잖아.


그러니까, 왜 그렇게 힘겹게 살아? 나이도 젊은데 좀 즐기면서 살아. 


보통 20대, 30대들에게 유행인 것들을 하지 않는 나는 그저 재미없는,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애에 불과했다. 오마카세도 먹어보고, 골프도 경험 삼아 쳐보고, 유명하다는 카페도 좀 가보고, 서른이 넘었으니 명품백도 하나 장만해 보고. 젊은 나이에 비해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니 애늙은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유행하는 걸 따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삶이 팍팍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물론, 자리를 잡은 또래들을 향한 부러움? 질투? 시기?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종종 느낀 적은 있었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었을까? 그 감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사라졌고, 그 자리는 늘 다른 것들로 다시 채워졌다. 남들을 따라 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따라 하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들로. 




따라하고 싶은 이유



우리가 무언가를 따라 하는 이유는 뭘까? 


그 대상이 되고 싶어서다. 그 대상을 따라 함으로써 조금 가까워진 듯한 느낌, 나도 그렇게 된 것 같은 느낌. 나도 누군가를 자주 따라한 적이 있었다. 내가 경찰이 되고 싶었을 때는 보이스의 강권주를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놓고, 헤어스타일도 강권주랑 똑같이 잘랐다. 아이유가 좋아서 아이유가 입은 옷을 비슷하게 입어보기도 했고, 수지가 좋아서 수지 머리색으로 염색도 했었다. 늘 내가 좋아하는 대상의 겉모습을, SNS에 올라온 모습들을 쫓으려 했다. 사실 그들이 좋은 건 외모적인 부분도 있지만, 오로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생각과 행동이, 그들이 쌓아놓은 작품이 멋지기 때문에 동경했던 거였다. 그렇기에 겉모습을 따라 해도 그때뿐이었고,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가 되고 싶다면 겉으로 보이는 그들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행동과 생각을 따라 해야 했다.


나는 이걸 알고 난 후, 남들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을 그만뒀다. 대신 내가 되고자 하는 것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훔치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기깔나는 책을 내기엔 그 지향점이 너무나도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평소에 하는 행동들을 따라 해 보는 거다.


- 작가 정세랑은 늘 새로운 걸 하나씩 해본다고 했다. 새로운 과자를 먹어보고, 새로운 길로 걸어보고,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 새로운 세계의 탄생은 매일 새로운 걸 하나씩 해보는데에서 나왔다고. 그렇다면 맨날 마시던 아메리카노에서 벗어나 새로운 커피를 마셔보고, 새로 나왔다는 약과 쿠키도 먹어보고, 생전 읽지 않던 미술 분야의 책도 읽어본다. 


- 작가 이슬아는 글을 쓰는데 중요한 것은 근육이라고 했다. 내 목표는 글을 오래도록 쓰는 것이다. 때문에 근육 강화를 위해 오로지 내 근육으로 버틸 수 있는 발레를 시작했다. 


- 작가 천선란은 늘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다른 책을 보다가도,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늘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따라 했다. 하루종일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책을 읽다가도 이야기가 생각나면 바로 쓸 수 있도록 노트북과 메모장은 늘 가방 속에 넣어서 다닌다. 


- 아이유는 가사의 원천이 일기라고 했다. 아이유만의 감성이 담긴 가사 그리고 해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기를 더 열심 쓴다. 




겉모습이 아닌 '생각' 그리고 '행동'



내가 동경하는 대상들의 겉모습이 아닌 '생각'과 '행동'을 따라한 후부터 내 삶은 바뀌기 시작했다. 쉽게 휩쓸리지 않았다. 인맥에 목매달지 않아도, 시골 근무지에서 자동차가 없어도, 매일 무거운 백팩을 메면서도,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아도 오히려 내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동경하는 대상에게서 훔쳐온 생각과 행동들이 내 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조금씩 내 것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보여지는 것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시작됐다. 



https://youtu.be/3BPVg6IVoAU?si=Md76U6h9YYff3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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