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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음 Sep 11. 2023

퇴사 이후, 하루 24시간이 달라지는 아침 한 끼




고작, 몇 분에 항복해버린



퇴사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음식'이다. 회사를 다닐 때 식습관은 늘 엉망이었다. 스트레스받는다는 이유로 퇴근하면 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찾았고, 먹고 나면 속은 더부룩했다. 그렇게 잠에 들면 자극적인 음식은 흡수되지 못한 채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배출되기 바빴고, 온 에너지를 다 써버린 탓에 그 허기를 달래겠다며 굳이 또 음식을 찾았다. 점심식사 역시 업무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고기가 들어간 음식, 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가까이한 탓에 신경은 항상 뾰족했고, 분출되지 못한 내적 화는 쓰레기 더미처럼 쌓였다. 뿐만 아니라 다리 부종은 심해졌고,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날에는 잠에들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물론, 나는 이 모든 원인이 음식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운동하고, 독서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이런 것들은 어지간해서는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음식만큼은 늘 내 의지의 영역을 벗어났다. 음식은 단 몇 분만에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간다거나, 누구를 만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하는 것들은 내 안에 즐거움이 돌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음식은 단 몇 분 만에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니까. 내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 것은 음식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식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아주 단순하게. 아침만이라도 과일을 먹어보자.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6월 1일. 퇴사 후, 본격적으로 아침 과일식사를 시작했고, 100일이 넘은 이 시점에서 눈에 띄는 3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1. 건강한 가벼움이 주는 것들


일단 몸이 가벼워진다. 가벼운 음식을 먹은 덕분인지 몸에 피로도가 쌓이지 않았다. 자극적인 음식들은 늘 내 몸속을 흘러 다니며 정착하지 못했던 반면, 과일은 내 몸에 안정적으로 착! 흡수되는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하게 화장실을 갈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몸속 염증이 사라진 덕분인지 다리 부종도 사라졌고, 스트레칭을 하지 않아도 잠에 편히 들 수 있었다. 몸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지니 다른 것들에 대한 능률이 올라갔다.



2. 어떤 선택을 해도 좋다


삶을 살면서 행복한 선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은 늘 조그마한 괴로움이 따랐다. A를 선택하면 B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따라왔다. 예를 들면, 퇴사를 선택할 때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을 포기했다. 직업적 안정성을 포기한 만큼 직장인일 때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아침에 어떤 과일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어떤 것을 선택해도 다른 과일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괴로움이 따르지 않는다. 거봉을 먹고 싶으면 거봉을, 토마토를 먹고 싶으면 토마토를 먹어도 상관없다. 뭘 먹어도 내 몸에는 좋을 수 밖에 없으니까. 오로지 본능에 의한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결과가 좋은 아침이라니!



3. 이어지는 선순환


과일식사를 하고 가장 좋은 점은 긍정적 나비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는 늘 악순환이었다면 아침 과일은 먹는 것만으로도 선순환을 이루었다. 과일의 단맛에 적응되니 인공적인 단맛인 과자를 찾는 빈도수가 줄어들었고, 아침에 건강하게 먹은 게 아까워서라도 점심, 저녁도 약속이 없을 때는 건강한 식사를 하려고 한다. 몸에 독소가 쌓이지 않은 덕분인지 예민했던 신경도 점차 가라앉았다. 아침식사 하나 바꿨을 뿐인데 하루가 같은 에너지의 파장으로 흘러갔다.




에너지에서 시작되는 주도권



이 3가지의 변화는 내 하루 에너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유지시켜 준다. 탁월하게 좋은 날도, 처참하게 나쁜 날도 잘 없지만, 큰 변화가 없는 에너지 덕분에 오늘 해야 할 일을 큰 무리 없이 끝낼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는 늘 더 나아지려는 욕심이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식사에는 무심하다. 독서, 운동, 글쓰기..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했던 것들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심신에 좋다는 아침명상을 해봐도, 감사일기를 써봐도 어떨 때는 나를 멱살 잡고 긍정적인 상태로 끌고 가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음식에 이끌려 다니는 일만 그만둬도, 생각보다 주도권은 쉽게 잡을 수 있다. 





https://youtu.be/OPoC4Lcij1U?si=M6NzyYVN3fcVOj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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