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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한 Aug 10. 2022

1-1. 제냐, 톰 브라운을 인수하다.

이탈리아 브랜드 ① : 에르메네 질도 제냐 (1910)

1. INTRO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패션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바로 1910년 창립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입니다. (쥬얼리 부문에서 1884년 불가리가 있죠.)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하는 이탈리아의 터줏대감 브랜드가 이제 막 창립 20년이 지난 톰 브라운을 인수했죠. 그것도 5,600억 원($500million, 2018년 인수)에 말입니다. 역사 차이는 물론, 나라와 고객층까지 다른 두 회사들이 어떻게 제냐 그룹이라는 우산 아래서 한솥밥을 먹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알아봅시다.

[제냐 그룹의 산하 브랜드 : 에르메네질도 제냐&톰브라운 / 출처 : 제냐 홈페이지]


2. 에르메네질도 제냐?

익숙한 브랜드는 아닙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신랑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 3대 최고급 원단으로 불리는 브랜드가 제냐,로로피아나,아리스톤 나폴리기 때문이죠. 3개 브랜드 모두 기성복도 판매하지만, 재단사를 대상으로 원단도 판매하기에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다만 그 명성답게 원단 가격은 매우 높습니다..)


#1. 최고급 원단의 시작  (1910~)

1910년, 창업주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아버지 미켈란젤로 제냐로부터 '라니피시오 제냐(제냐의 양모공장)'를 물려받습니다. 구식 기기를 모두 교체한 후 "에르메네질도 제냐"로 이름을 바꿨죠.


공장이 위치한 북부 트리베로 지방은 알프스 산맥 아래에 위치해 물이 굉장히 맑았습니다. 양모(Wool) 생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이 물(연수)인데, 양모가 물에 잘 풀려야 방적과 방직이 용이하기 떄문이죠. 물이 좋을수록 양모(Wool)이 잘 풀리고 퀄리티가 좋았던 것입니다.

제냐와 로로피아나가 위치한 이탈리아 북부는 알프스 산맥과 인접해, 원단 생산에 중요한 물(연수)의 퀄리티가 높다


1930년대부터는 원단의 가장 자리에 에르메네질도 제냐 로고를 넣기 시작합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죠. 이때부터 지금까지 제냐의 원단들은 모두 그 품질이 좋으나, 상징적인 두 원단들이 있습니다. 바로 "12밀밀 원단""하이 퍼포먼스 원단"이죠

[(좌)하이퍼포먼스 원단 (우) 12MILMIL12 원단 / 출처 : 제냐 홈페이지]

12밀밀12 원단 : 원단 한 가닥이 머리카락의 25% 정도 얇은 고급 원단. 12마이크로미터(Micrometer)를 강조한 표현. 머리카락 한 올이 50~60마이크로미터인데, 12마이크로원단은 한 가닥이 머리카락의 1/4도 되지 않는 극세사가 그 특징. 그만큼 부드러우며, 1년에 3,000미터만 소량 생산할 수 있는 고품질의 원단 (1996년 15밀밀15가 개발었다가, 기술 개발로 12밀밀12까지 개발)

하이퍼포먼스 원단 : 극세사 호주산 메리노 울로 제작해 가볍고 구김이 가지 않는 원단. 수트는 물론 최근 레저웨어 등으로 활용범위가 확대

이외에도 고품질 캐시미어와 신의 섬유라 불리는 비큐나 등 고급 원단을 취급


#2. 최고의 원단으로 제작된 꾸뛰르(풀 맞춤), 수 미주라(반 맞춤) 라인

원단이 좋은만큼, 그 원단으로 만든 수트는 오죽 좋을까요. 원단 회사에만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한 에르메네 질도 제냐는 1960년, 수트를 필두로 남성복 시장에 진출을 선언합니다. 그러나 6년만에 그가 사망하면서, 두 아들 알도 제냐와 안젤로 제냐가 가업을 이어받습니다.


1966년, 남성복 진출의 필두는 "꾸뛰르(Couture) 라인"이었습니다. 100% 맞춤에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제작하는 최고급 라인이었죠. 이 꾸뛰르 라인에 이어 1972년 "수 미주라(Su Misura) 라인"이 탄생합니다. 수 미주라는 반맞춤으로, 이미 제작된 기성품을 고객 체형에 맞게 일부 수정하는 서비스죠.

[꾸뛰르&수 미주라 맞춤 서비스 / 출처 : 제냐 홈페이지]

TMI지만, 이렇듯 제냐처럼 원단부터 기성복까지 제작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구찌나 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도 제를 포함한 원단 회사의 제품을 구입해 기성복을 제작하죠. 제냐처럼 원단부터 완제품 제작, 판매까지 이르는 단계를 '수직통합체계'라고 합니다.

 

3. 톰 브라운을 인수한 이유?

[제냐의 톰 브라운 인수 / 출처 : 뉴욕 타임즈]

#1. 미국 시장 확대

제냐의 미국 진출은 제법 오래 되었습니다. 1940~50년경 유럽을 벗어나 미국 시장으로 진출한 에르메네 질도 제냐는 먼저, 자신들의 고객을 찾습니다. 바로 "재단사"죠. 이태리 출신의 미국 재단사들이 고향인 이탈리아의 원단을 사용했는데, 그 품질로 입소문이 미국에서 크게 났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후 기성복들도 미국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죠. 톰 브라운을 인수하며, 제냐 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시장 확대 또한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고객 연령 + 성별 확대

제냐에겐 없으나, 톰 브라운에게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어린 고객""여성 고객"이죠. 제냐는 성공한 남성이 입는 수트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반면 톰 브라운은 어리고 젊은 세대가 많이 입으며 여성 고객층 또한 많으므로, 제냐는 톰 브라운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톰 브라운 홈페이지 : 출처 : 톰 브라운 홈페이지]

나아가 톰 브라운 인수를 통해 제냐는 고객 라이프 사이클 구축이 가능합니다. 즉, 2030에 톰 브라운을 입는 남성이 3040이 되어서는 제냐를 입을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유도가 가능한 것이죠. 또한 여성 고객의 확보를 통해 제냐 그룹사 전체로는 여성복 매출 또한 끌어올릴 수 있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ENDING

[젊은 연령대를 위한 제냐의 XXX라인 / 출처 : 제냐 홈페이지]

톰 브라운을 인수한 2018년, 제냐 그룹은 XXX (트리플 엑스) 라인을 런칭했습니다. 수트와 셔츠, 가디건 등 클래식 아이템이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스웻셔츠와 조거팬츠, 스니커즈까지 다루면서 더욱 캐쥬얼한 제냐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죠.


이전에도 제냐는 젊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지 제냐(2004년 런칭, 제냐의 세컨 라인)와 아이웨어(2004년 런칭) 등이 그러한 사례죠. 이번 톰 브라운 인수는 그런 제냐 그룹의 노력에 정점을 찍는 행보입니다. 과연 그간 제냐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더욱 어려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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