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S/S 가장 핫한 브랜드를 꼽으라면 미우미우가 빠질 수 없습니다. 바로 "로우 라이즈(Low Rise)팬츠" 때문인데요. 골반에 겨우 걸쳐지는 짧은 밑위(Rise) 바지에 배가 훤히 드러나는 탑으로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애칭으로 "뮤뮤"라고도 불리는 이 미우미우는 프라다의 자매 브랜드인데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유명한 프라다는 영화에서 보여주듯, 커리어 우먼에 적합한 우아한 이미지를 보입니다. 반면 미우미우는 그렇지 않죠. 로우 라이즈처럼 파격적이고 도발적입니다. 자매 브랜드라고 하기엔, 제법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그 이유와 차이를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2 미우미우 S/S런웨이 [출처 : 미우미우 홈페이지]
*밑위(Rise)란 허리선부터 가랑이까지 길이를 의미. 따라서 Low Rise는 그 길이가 짧고, High Rise는 그 길이가 길며, Hight Waist 라고도 지칭
2. 프라다 :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브랜드
#0. 남성우월주의에서 시작한 프라다
지금은 여성이 이끄는 여성친화 브랜드로 유명한 프라다지만, 그 시작은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되었답니다.
1912년, 창립자 마리오 프라다는 밀라노에 "프라텔리 프라다(프라다 형제)"를 설립합니다. 바다 코끼리나 악어 가죽 등 특이한 가죽 전문점었는데, 이때 프라다의 두 가지 상징이 나타납니다. 바로 "사피아노 가죽"과
"사보이 왕가 문양"입니다.
(좌)사피아노 패턴과 (우)사보이 왕가 문양 / 출처 : 프라다 홈페이지
"사피아노 (이탈리아어 : 철망)가죽"은 매끈한 일반 가죽과 달리 사선의 결이 있어 스크래치에 강하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브랜드에서 사용하지만, 그 첫 시작은 프라다였죠. 그렇게 특이한 가죽 제품으로 유명해진 프라다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의 왕족, 귀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집니다. 그러다 창립 6년만에 1919년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의 가죽&의류 공식 공급업체로 지정됩니다.1946년 이후 더 이상 왕가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왕가가 쓰던 마크와 매듭은 프라다의 상징처럼 사용되고 있죠.
그러나, 2차 세계대전으로 프라다가 휘청거리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이탈리아가 전범국으로 분류되어 수출입 제한이 걸려 가죽 원재료 수입이 어려워지죠. 프랑스 브랜드들이 활개를 칠 때라 이탈리아 프라다가 맥을 못추고 있었습니다. 가부장적 가풍으로 딸들에게는 사업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던 마리오 프라다는 아들들에게 가업을 이을 것을 권유하나, 아들들은 거부하죠. 그때 두 딸들 난다 프라다, 루이자 프라다에게 가업을 잇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성우월주의였던 마리오 프라다는 역설적으로 딸들에게 프라다를 건네게 되죠.
#1. 손녀 미우치아 프라다, 프라다의 전성기를 이끌다
1970년대부터 프라다의 전성기를 이룩한 인물입니다. 프라다 가문의 보수적 성향으로, 어릴 적 미우치아 프라다는 복장과 진로 등 많은 분야에서 집안의 간섭을 받았었죠. 그렇게 쌓인 울분 때문이었을까요, 그녀는 대학에 입학하자 공산주의와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시위도 나갈 정도로 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예술과 패션을 가장 좋아했고, 예술 대학에 진학하고자 했으나, 가문의 반대로 정치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죠.) 그러다 그녀의 어머니 루이자 프라다가 가업 승계를 권유했으며, 그녀는 패션으로 제 2의 열정을 불태우며 지금의 프라다 혁신을 주도합니다.
프라다 나일론 가방은 비쌉니다. 그치만 편하죠. 그럼 주 고객층이 누구일까요? 경제력이 뒷받침된 직장인들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1970년대 이전 가방들도 주로 가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죽 가방의 장점은 내구성과 간지(?)지만, 무겁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그녀는 나일론 원단을 사용합니다.
79년 나일론 백팩 출시 당시, 나일론은 텐트나 낙하산 등 군용 제품에 쓰였던 소재라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짐에 따라 "가벼운 무게 + 관리의 용이성 + 실용성"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1985년 나일론 토트백은 출시하자마자 큰 인기를 끕니다. 1980년대는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기에, 가방을 N개 이상 소유할 수 있었죠. 경제력이 된다면, 평상시 가볍게 사용하기 좋은 세컨백으로 이만한 아이템이 없었을 겁니다.
#3. 우아한 여성복? 프랑스는 셀린느, 이태리는 프라다!
약간의 TMI지만, 미우치아 프라다는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이며 그 남편은 프라다의 CEO입니다. 둘은 1970년대 가죽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프라다의 전성기를 이룩해나갔죠. 그러다 1987년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아내이자 엄마가 된 미우치아 프라다는 본인이 입고 싶은 여성복을 만들고 싶었는지, 결혼 후 2년 뒤인 1989년, 프라다의 여성복을 런칭합니다.
[1989년 여성복 첫 런칭 "Working Class" / 출처 : 프라다 홈페이지]
프랑스의 (올드) 셀린느가 있다면, 이탈리아에서는 프라다가 우아하고 실용적인 미니멀 룩을 만들었습니다. 30대 여성들(직장인, 워킹맘 등)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되, 심플하고 고혹적인 여성복 라인을 1988년에 런칭하죠. 단순히 심플함과 엘레강스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색깔을 함께 채색합니다. 여성복과 거리가 있는 밀리터리 요소를 도입하기도 하고, 공산주의 마오쩌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하는 등 그녀만의 색채를 은은하게 녹이며 프라다만의 영역을 구축하죠.
그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톰포드 같은 노골적 관능미보다 절제와 단순, 지성미였던 것입니다
3. 미우미우 : 나의 소녀시대, Girls at Heart
#1. 프라다의 세컨 브랜드
30대들을 위한 여성복을 만들었으니, 이제 1,20대 여성들을 위한 여성복도 만들어 봐야겠죠? 프라다 여성복이 고혹적이긴 하나, 어린 여성들이 입기에는 가격대도 높고 강한 개성의 디자인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미우치아 프라다는 본인의 이름 앞 미우를 딴 "미우미우" 브랜드를 1992년 런칭하죠. 프라다보다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1,20대들을 겨냥했으며 지금의 로우 라이즈처럼 획기적이고 트렌디한 아이템들을 만들어냅니다.
(좌)미우미우 니트&셔츠, (우)마틀라세 나파가죽 탑 핸들 백 / 출처 : 미우미우 홈페이지
#2. 소녀들을 위한 아이템
미우미우의 슬로건은"Girls at heart"입니다. 이러한 슬로건에 맞춰 마음 속 소녀 감성을 일깨우는 아이템들을 미우미우는 선보입니다. 프라다가 단정하고 오래 입기 좋다면, 미우미우는 파격적이고 화려하죠. 22년 로우라이즈 팬츠는 물론, 굉장히 짧은 상의는 파격적인만큼 마음 속 소녀 감성을 한껏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런웨이 및 광고에서 소녀 모델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외 마테라세 호보백, 버킷백 등 특이한 디자인의 아이템으로 미우미우만의 색을 한껏 나타내고 있죠.
패션계의 공룡 기업은 LVMH와 케링 그룹(구 PPR그룹)이 있습니다. 그러나 프라다는 그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고 본인들만의 독립적 그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샤넬, 에르메스도 독립 운영이죠.) 산하에는 미우미우는 물론 질샌더와 처치스 등 유명한 브랜드들도 소속되어 있죠.
영화 "악마는 프라다는 입는다"는 물론 2007년 LG-프라다 폰처럼 타 산업군과 콜라보레이션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또한 밀라노의 커피 전문점 파스티체리아 마르체시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일반적인 럭셔리 하이엔드와 다른 행보를 보이죠.
미우치아 프라다는 학창 시절 예술 전공을 하고 싶을 만큼 조에가 깊었습니다. 그 애정으로 그녀는 1993년 프라다 밀라노 아르테를 오픈합니다. 이곳에서 건축예술과 행위예술 등을 전개했죠. 나아가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한국에서는 2009년 트랜스포머라는 설치 예술을 (심지어 문화재인 경희궁에서) 선보였죠.
#2. 협업? 세대교체? 프라다 with 라프시몬스, 미우미우 with 로타 볼코바
(좌)라프시몬스 with 프라다 (우)로타 볼코바 with 미우미우 /출처 : 구글&Dazed
미우치아 프라다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50년간 프라다를 이끌고 있습니다. 노령인만큼 미래의 프라다를 위해서 다른 디자이너와 협업이 필수적이며, 세대교체도 염두해두어야 하죠. 그래서 그녀는 프라다에서 벨기에 디자이너 라프시몬스와, 미우미우는 러시아 디자이너 로타 볼코바와 협업하고 있죠. 로우 라이즈 또한 로타 볼코바의 작품입니다.
(좌)라프시몬스-프라다의 첫 합작 2021 S/S (우) 2017년 베트멍 런웨이에 선 로타 볼코바 / 출처 : 프라다 홈페이지 & 더블유 코리아
라프시몬스는 질샌더와 디올, 캘빈클라인을 거쳐 2020년 프라다에 공동 디자이너로 부임했습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가미하기 좋아하는 그는, 2021년 S/S 프라다 쇼에서도 그 취향을 선보입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프라다의 로고 플레이로 포인트를 주며 미우치아와 함께 새로운 프라다를 만들어 가고 있죠.
로타 볼코바는 2015년부터 베트멍 스타일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본인이 런웨이에 서기도 했습니다. 베트멍의 대표이자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인 뎀나 바질리아와 친분이 두터운 그녀는, 그녀만의 과감하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베트멍에서 선보이죠. 그리고 이는 지금의 미우미우로 이어지게 됩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두 디자이너들의 작업이 협업으로 끝날지, 프라다 그룹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지는 아직 지켜봐야합니다. 창립자의 사피아노 가죽부터 미우치아의 나일론 백, 지금의 미우미우처럼 그 혁신성의 DNA만큼은 훗날에도 변함이 없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