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파스타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고급 양식이 아닌 집밥으로써의 파스타

by 밍영잉

스무 살 초반 첫 배낭여행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사람과 삶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유연한 생각이 자리 잡았다.

진지한 장르의 변화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재밌는 생각의 변화는 아무래도 음식, 그중에서도 파스타에 관한 것이다.


파스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집에서 간편하게 해 먹던 병조림 소스에 버무린 파스타, 그리고

양식당에서 먹던 까르보나라, 봉골레, 볼로네제, 라구 따위의 고급 파스타였다. 양극단을 달리는

나의 파스타 세계관을 관통하는 생각은 그 맛과 재료는 어딜 가든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예상되는 맛있음’을 누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감흥을 줄 수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며 만난 친구들이 선보인 파스타의 맛과 재료는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비건인 친구는 해산물이나 베이컨 대신 콩을 넣었고 어떤 친구는 곱게 간 치즈 대신 치즈는 정육면체 모양으로 숭덩숭덩 썰어 비벼 먹는가 하면, 가지나 브로콜리 같은 냉장고에 있던 야채들을 가득 썰어 넣어 다양한 식감과 맛이 섞인 파스타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맛이 어떠했는지는 글로 설명하긴 어렵다.

다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훌륭하고 재밌는 조합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탈린에선 오랜만에 카우치 서핑이 아닌 시내 호스텔에서 묵으며, 끼니는 호스텔 셀프 키친에서 해결했다.


대부분의 유럽 호스텔 주방에는 투숙객이 놓고 간 재료나(놓고 간 식재료 재활용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숙소 측에서 구비한 식재료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 배낭엔 늘 파스타 면과 마늘이 들어있었다. 어딜 가든 올리브유와 소금은 있을 것이니까.

거기에 오늘의 특별한 재료를 넣으면 된다.


오늘의 파스타에는 무엇을 넣을까!

올리브오일 파스타에 브로콜리를 넣어야겠다.

브로콜리 까슬한 머리 부분이 마늘향 머금은 올리브유를 가득 담고 있다가 입안 가득 옮겨주는 것도 좋지만, 기둥을 얇게 썰었을 때 나오는 구름 모양 브로콜리가 파스타를 재밌게 만들어 준다.

거기에 식재료 칸에 있는 수상하게 생긴 빨간 오일을 추가해 줬다. 캡사이신도 고추기름도 아닌 이름 모를 오일이었다.


감칠맛이 극에 달한 오일파스타.


다음날 점심에 만든 토마토 파스타까지.

완벽했다.


(번외)

파스타 첫 번째 레슨, 기본에 충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마늘, 소금만 있으면 충분히 훌륭한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거기에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면 다채로운 맛을 경험할 수도 있고.


파스타 두 번째 레슨,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를 규정하지 않기.

익숙한 파스타 재료의 조합은 조개와 마늘, 계란 노른자와 치즈, 토마토와 오징어 정도가 될 것이다.

익숙하고 보장된 맛을 내는 이 조합도 물론 훌륭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냉장고에서 소외된 재료를 팬에 넣어보면 의외의 맛조합을 찾을 수 있다. 가끔 우리 엄마의 밥상에 올라오는 해괴한 조합의 반찬에 눈이 동그랗게 뜨일 때가 있는 것처럼.


파스타 세 번째 레슨,

재료를 아낌없이 넣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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