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앞에서 달달 떨리던 그의 발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새벽 다섯시 반,
인적 드문 상트의 거리가
낯설지만 이상하게 정겨웠다.
아마 몇 시간 뒤엔 이 거리도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배낭을 맨 채로 젖은 도로 위를 걸었다.
무섭진 않았다.
오히려 이 적막함에 애정을 느꼈다.
'배고프다…’
혹시 이른 아침에 문을 연 펍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문 연 곳은 버거킹이 전부.
감자튀김과 소프트콘을 주문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적막한 공기와 비에 젖은 가로등 불빛이 아스팔트에 번지고
나는 그 은은한 풍경을 바라보며 감자튀김을 씹었다.
'..맛있군..'
오늘따라 소프트콘의 우유크림도 묘하게 진했다.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호스트는
요가 강사로 일하고 있는 멋진 언니, 타야나였다.
집에서 인사를 나누고 짐을 푸는데,
그녀가 아침 요가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그냥 침대에 눕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오랜 이동으로 몸이 찌뿌둥했고,
하필 오늘이 플라잉요가 클래스라고 하니.
이건 안 갈 수 없지..
옷만 갈아입고 그녀가 일하는 요가원으로 함께 향했다.
역시 한 달 만에 온몸을 제대로 늘리니
몸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할까 말까 할 땐 역시 하자!)
수업은 조촐했다.
나, 타야나의 친구, 그리고 젊은 러시아 청년 둘.
내 양옆엔 큰 몸집의 러시아 청년들이 자리를 잡았다.
바닥에 누워 다리 한 쪽을 해먹에 걸치고
다른 다리를 반대 쪽으로 넘기며 몸을 늘리는 동작을 하는데,
내 오른쪽 청년의 왼발바닥이 내 눈앞에서 파르르륵 진동하고 있었다.
왜, 가끔 어떤 작은 포인트가 머리 속에 박히면
아무리 노력해도 웃음을 참을 수 없고
눈물 나도록 웃게 되는 그런 상황...
때때로 다들 경험하지 않나..?
진도 7 정도로 떨리는 그의 발이
내 웃음벨을 눌렀다.
"읊…..프스스.!!@!!" 하고 빵터졌다.
그 분도 나의 웃음 포인트가 자신임을
알아차리고 빵터졌다.
"이즈비니째..ㅠㅠㅋㅋㅋㅋㅋ"를 연달아 말했다.
그는 본인도 웃긴 거 아니까 괜찮다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내 다리를 제어할 수 없어요."
그 뒤로 내 웃음은 멈추지 못했고
결국 누운 자세로 눈을 감고 명상을 해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와 티타임.
타야나와 함께 창밖을 보며
오후 일정 계획을 짰다.
창 너머로는 여우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