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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시시비비보다
나는 무조건 네 편

part 2. 그때 하지 않았다면 다행이었을 말들

변명하지 말자.

미안한 일을 했을 때는 그냥 미안하다고 하자.

굳이 ‘그렇지만’이나 ‘왜냐하면’을 붙이지 말자.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해보면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쓸모 있는 인생의 팁이라는 걸.

물론 억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게 밝혀지지도 않는다.

그저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 준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우리는 가족으로 살기로 했다, 홍승우 그림, 장익준 지음, 트로이목마, 123쪽   

  



누구에게는 자존심과 ‘폼생폼사’가 중요했고, 

누구에게는 융통성 없는 원칙과 기계적인 공평함이 중요했다.     

누구는 자기 권위에 도전한다며 괘씸하다 했고

누구는 상대방이 너무 권위적이라며 반발심을 가졌다.   

  

서로 잘났다고 아웅다웅하다가 속 시원한 예스를 몰랐고, 부드러운 노에 인색했다. 복잡 미묘한 부부라는 연이 아니었다면 그와 나는 마음이 잘 통하는 절친한 지인으로,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선후배로, 어쩌면 인생에 더없이 끈끈한 멘토, 멘티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옥신각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시비비’가 중요했던 게 아니라, 나는 무조건 ‘네 편’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 훨씬 의미 있었다는 것을.     


그러던 차에 절대 권력자 아이가 나타나니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사람이 무서운 게 생겼다. 뽀뽀 한 번에 목을 매고, 같이 사진 한 방 찍자는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잔뜩 배어있다.  

   

‘뚱뚱하고 못생긴 고릴라’라는 치욕적인 놀림에도 버럭 하지 못한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소하고 통쾌하다.


어느새 강건했던 고릴라 귀 주변에 하얗게 어린 구레나룻이 눈에 담긴다. 부부 사이에 측은지심이 생기면 못 버린다는 농담도 있던데, 나만 이렇게 세월을 느끼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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