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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ㅈluck Aug 09. 2021

나는 희대의 나쁜 딸! 그냥 그거 할래

마음으로는 아직 이해 못하겠어. 근데 더 이상 노력하기 싫어...

이때부터 나는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브런치 글이라 순화해서 표현한다)


나는 희대에 나쁜 딸! 부모도 저버리고!

죄책감은 항상 있지만 다시는 마음 엄청 불편한데 이해하려고 노력해가면서 바득바득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밤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네가 OOO(아빠 성함) 딸이냐?


모르는 번호로 온 아주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 바로 전화 끊었다. 그리고 바로 차단했다. 차단을 해도 전화가 왔는지는 알 수 있는데 10통 정도는 더 왔던 것 같다. 뭐 별일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냥 스팸 전화였을 수도. 그런데 그날 이후로 나는 모르는 번호 전화는 절대 안 받는다. 


부부의 관계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든 게 엄마는 무슨 일 있으면 아빠를 욕하면서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내가 부탁을 했다. 제발, 아빠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왜냐하면 엄마가 아빠한테 연락하면 아빠는 또 나한테 연락을 하거나 만날 구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는 또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자녀도 있고, 엄마는 또 혼자 하기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러면서도 동생이 아빠한테 연락하거나 만나거나 하면 섭섭해했다. 부부는 이혼을 해도 참 복잡한 인연인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5년 정도 지났다. 나는 정말 많이 안정되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돌아왔다. 동생의 결혼식!


결말이 안 좋은 이혼을 한 부부의 자녀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부모 모두 살아계시기에 결혼식에 두 분 모두를 불러야 하지만 그만큼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은 게 결혼식이다. 엄마도 불만, 아빠도 불만, 그 사이에서 동생만 안타까웠지만 동생은 잘 해냈다. 나는 그렇게 5년 정도 만에 아빠를 동생 결혼식에서 보았다.


사실 죄책감에 항상 시달리고 있던 나는 생각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까 나도 좀 마음이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근데... 오산이었다. 내 마음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아빠를 보는 순간 나는 다시 그 지옥이었다.


아빠가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왜 연락을 안 해, 앞으로는 연락해~'라고 말하는데 내가 정말 나쁜 X이라 그런가... 동생 결혼식이라 최대한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노력하는 데에도 정색할 뻔했다. 그래... 나에게는 너무 큰 일이고 상처지만 부모님께는 이 정도 시간이면 다 아물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기이구나. 내가 이상하고 민감한 자녀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그 시점을 시작으로 다시 연락을 시작했다. 몇 번 연락을 안 받으니 또 '내 연락처 차단했니? 그래, 내가 큰 죄를 지었으니 앞으로는 연락 안 할게' 보내고 그다음에 또 '보고 싶다, 사랑한다. 연락하면 안 되겠니?' 이 2개의 반복이다. 왔다 갔다 계속 그런다. 아마... 내가 이미 아빠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그런 거겠지만, 나는 내 죄책감을 건드리려고 이렇게 말을 하나... 란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은 아직도 너무 어리고 현명하지 못한가 보다. 좁디좁은가 보다. 


그런데, 그냥... 내 마음에 준비가 될 때까지는 그냥 나쁜 X 하고 싶다. 나도 좀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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