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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ㅈluck Aug 18. 2021

나는 나를 지킬 거야

내 마음과 내 시간이 아까워. 내 마음을 1순위로 생각할 거야.

이제 이 글의 마지막이 가까워졌다. 처음 부모님이 이혼을 한 이후로 대략 15년은 지났다. 하지만 아직 변한 것도 없고 해결된 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아빠 연락을 피하고 있고, 아직은 하고 싶지 않다. 혹시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빠에게 연락하고 만나야겠지만 솔직히 별로 내키진 않는다. 근데 뭐... 계획된 것도 없는데 벌써 걱정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은 많이 변했다. 특히 작년에 많이 아프고,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나'를 위한 결정에 포커싱을 두기로 했다.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으니까'란 죄책감 때문에 아빠한테 연락을 하려고 했다면, 앞으로 내가 아빠한테 연락을 하게 된다면 무조건 '나'를 위한 것일 것이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나는 내가 고통스럽고 힘든 만큼 부모님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걸 생각하느라 나 스스로 나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건 그만하고 싶다. 한 번 사는 건데 나를 위한 결정으로 내 삶을 채우고 싶다, 앞으로는. 


이기적이고 못된 생각일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다. 더 아프고, 마음이 곪고, 스스로 나를 상처 내고, 그런 거 이제 그만 하고 싶다. 나는 이제 나를 지켜낼 거다. 내 인생을 지켜낼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결정을 하고 나서, 내 마음이 정말 많이 편해졌다. 사실, 아빠한테는 아예 연락을 못하고 있지만 엄마한테도 예쁜 말을 하지 못해 왔던 게 사실이다. 아빠는 신뢰가 너무 컸는데 와장창 깨져서 이 사태가 벌어진 거고, 엄마는 원래도 나에겐 약하고 친구 같은 존재라 이 정도로 그친 거지만 내 상처의 시작에 부모님 두 분이 동일하게 기여하셨으니! 그런데 '나'를 위한 생각을 하기로 생각한 이후 아주 조금... 조금이지만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나아졌다. 앞으로는 더 나아질 수 있겠지?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내 나이 40이 되기 전에는... 아빠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직은 너무 고통스럽고 피하고 안 하고 싶은데, 나를 위해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 올 거다. 나를 위해서 내가 용기 낼 수 있는 그 순간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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