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ㅈluck Aug 13. 2021

나는 참 잘 자랐어!

나는 잘 버텨왔어. 잘했어...!

작년에 큰 수술(장 절제술)을 받고,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가고 스트레스가 많이 심해지면서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내 마음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우리 부모님의 이혼과 아빠와의 관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죄책감이 너무 들어서 힘든데, 나는 아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쁜 자녀 같은데 어쩔 수 없다고.


상담사 님이 나에게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너무 자신을 그렇게 채찍질하지 마라. 너무 잘 버텼고 잘 자랐다.
그런데 부모님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 대해 그 사건에 대해 생각 안 한다.
결국 제일 힘든 건 나다. 언젠가 나를 위해서 풀어야 할 거다.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인데 잘 자랐다고 하신다. 지금까지 잘 버텼다고. 그때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냥 순간이지만 위로받은 것 같아서. 상담사 님은 또 말씀하셨다.


언젠가 아빠를 다시 만나면 분명히 이야기해라.
아빠, 나도 내 생활이 있으니 너무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하지 말고
반기에 1번만 만났으면 한다. 그런 거 이야기해도 된다.
분명하게 내 마음을 표현해도 된다.


나도 안다. 내 마음속에 죄책감, 불편함이 항상 있기 때문에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이건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을. 근데 아직은 자신이 없다. 하지만 상담사 님의 말이 맞다. 나를 위해서 언젠가는 풀어야 한다. 내가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나를 위해서는 해야겠지?


상담을 받은 후 이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나와 내 동생, 정말 잘 자랐다. 잘 버텼다. 사람들이 봤을 땐 비웃을 수 있지만, 그리고 내가 좋은 자녀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나 정말 이 악물고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텼다. 그거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내 동생에게 너무 고맙다. 동생은 아빠와 연락을 잘하고 있는데 (엄마는 섭섭해하지만) 누나인 나로서는 자식 역할 제대로 못하는 나 말고 자녀가 또 있어서 아빠한테도 나한테도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 죄책감이 덜어지는 건 아니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나와 내 동생을 사랑하는 건 나도 잘 안다. 내가 그 방식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

이전 07화 나는 희대의 나쁜 딸! 그냥 그거 할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