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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아이 Aug 09. 2022

시작된 내리막길 : 내가 무너져 내린 이유 (1)

미국 도착 그 이후.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였을까.

부푼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게 된 나는 도착과 동시에 여러 가지 난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인생의 만족도를 그래프로 표현한다면 미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상승 그래프를 그리다가 도착했을 때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다고 볼 수 있겠다.


이후 묘사될 내 감정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미국에 가게 된 목적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나는 '공대생 치고'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으 스스로 자신 있게 내세울 정도 아니었기에 이 장점을 더 뾰족하게 키우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 인턴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인턴기간은 총 1년으로 그 기간 동안 최대한 나를 영어에 노출시켜서 웬만한 주제의 대화는 자유자재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영어실력을 키워 귀국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길. 생활영어에는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간만의 외국이니 혹시나 직원들의 말을 놓칠라 눈과 귀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중간에 불친절한 직원을 마주했을 때 불쾌하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지나는데 이를 되뇌며 1년 후는 달라져서 돌아오리라 속으로 다짐했다.



장장 20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현지 공항도착한 나는 곤한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확인하였다. 픽업을 와주시기로 한 인사팀 팀장님께 무사히 도착했다고 연락을 드렸고 그 후 어렵지 않게 팀장님과 만날 수 있었다. 팀장님 옆에 한 분이 더 계셨는데 알고 보니 그분은 사장님이셨다. 사원 한 명을 데리러 사장님께서 손수 픽업을 와주셨다는 것에 적잖이 감동하였다. 동을 하면서 나눈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두 분은 부부 사이셨고, 10여 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셨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도착한 후 첫끼로 햄버거를 먹었다. 패티가 맛있었고 테이블마다 놓여있던 큼지막한 케첩통이 기억난다.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기에 식사 후에는 곧바로 앞으로 묵게 될 숙소로 이동하였다. 지않아 베이지색 벽돌을 켜켜이 쌓아 올린듯한 모양의 아담하고 귀여운 주택단지에 들어섰다. 단지 안의 건물들은 대개 같은 모양, 같은 구조로 1층은 차고, 2층 3층을 거주공간으로 쓰는 구조였다. 숙소에 도착했더니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룸메이트 분들과 몇몇의 회사 동료분들께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거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는 길은 괜찮았는지, 남자 친구는 있는지, 대학교에선 어떤 것을 공부했는지 등의 조금은 상투적이면서 관심 어린 질문들이 쏟아졌고 바로바로 답변을 드렸다. 직원들끼리는 매우 돈독해 보였는데 서로 오가는 농담을 들으며 재밌는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방문해주신 동료직원 분들 룸메이트분들 모두 한국사람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인턴은 총 4명이었고, 한 집에 같이 살며 각자 방은 따로 쓰는 구조였다. 나를 제외한 인턴사원은 모두 남자였고 나는 혼자 여자였으며 건물은 같지만 층은 따로 쓴다는 말을 듣고 온 터라 각각 다른 호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한 집안의 다른 방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화장실도 각 방에 따로 있고 '적응해야지 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 서 이 소식을 들은 그 사람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 환경이 말이 되냐고, 당장 돌아오라고. 무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고 간 것이었고 어쩔 도리는 없었다. 이때부터 그의 어투에는  날이 서기 시작했고 통화할 때마다 기쁨보다는 주로 스트레스 느끼게 되었다.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질 때 다음 사람은 '장거리 연애가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적어놨었는데 그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결혼한 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멍청하긴. 어쩔 수 없었다.

 

그다음 날 바로 첫 출근을 하였다. 원래 예정된 첫 출근일은 하루나 이틀 정도 후였으나 사내에서 이벤트를 한다 하였고 그 기회를 이용해 다른 직원들과 인사도 나눌 겸 하루 일찍 출근을 했다. 내가 일하게 될 부서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타 부서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 모두 좋은 분들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내가 속한 부서의 팀원들 모두 한국분들이었다.


힘들었다. 긴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도 전에 출근을 한 이유가 크다고 생각했다. 시차 적응도 안 했는데 바로 회사에 출근해서 회사 전체를 돌며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했으니 무리도 아니리라. 퇴근길에 사장님 댁에서 한국인 직원들 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셨지만 몰려오는 피로감에 먼저 들어가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감사하게도 집까지 먼저 바래다주셨고 그대로 씻고 누워 깊은 잠에 들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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