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순간에 말을 계속해서 더듬거나, 지나치게 불안하여 숨을 고르기 바쁜 것은 이점이라 하기 어렵다. 적어도 한국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청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상적인 청년상에 들지 못했다. 그것이 기분이 나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부끄럽냐고 물어도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기분이 조금 미묘하다. 이상형에서 보다 나아가 사회가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이 무엇이기에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까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채 지울 수 없다.
수많은 사람 앞에 설 때,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려 할 때, 전화를 해야 하는 순간을 앞두고 있을 때, 화가 난 상대 앞에 서서 잘못을 고할 때 등등…. 사람은 다양한 순간에 불안을 느낀다. 단순히 '불안만을 느끼는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감정 속에는 긴장도 있고, 때로는 두려움도 섞여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챕터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불안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한다.
불안을 느끼는 이유나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갑자기 내가 혼자 남겨진 것 같아서 등등....
나에게도 불안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그걸 말하려면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느덧 내 나이가 20대 후반이니, 쉽게 말하자면 아주 옛날 얘기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까진 사람들을 주도하며 당당하게 제 의견을 밝히기를 좋아했다. 시선을 받는 것도 좋아해서 교회에 아동부 행사가 있으면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먼저 나서기를 즐겼다. 노래도 누구보다 큰 소리로 자신 있게 불렀고, 누가 놀려도 금세 기운을 차리던 아이는 1년 뒤가 되자 불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남들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고, 관심을 받으면서도 기분 나쁘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사적인 이야기이고, 다른 사람도 얽혀있는 이야기라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경험이 몹시 두려웠고, 불쾌했으며 나를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하게 했다는 것만은 밝혀두고 싶다.
4학년 때 있던 일의 여파는 오래 지속됐다. 사람이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몹시 긴장한 나머지 불안과 두려움마저 느꼈다.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게 되었고, 말을 더듬게 되었다. 더불어 말하는 속도도 느려졌다. 지금도 종종 말을 느리게 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이때에 비하면 상당히 나아진 것이라 생각한다.
기억을 되돌이켜보면 자연스레 이런 궁금증이 떠오른다. '나는 지난 기억이라는 불안의 씨앗을 제거하였는가?' 대답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불안에 시달린다. 단지 그 정도가 예전에는 1에서 10까지 오르내리는 폭이 심각할 정도였다면, 지금은 1에서 4 정도로 줄었을 뿐이다. 물론 이것도 갖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불안할 때는 차를 마시거나, 그것도 아니면 따뜻한 물을 마시며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했다. 혹은 이불속에 파묻혀 얼굴만 내밀고 천천히 심호흡하며 몸을 이완시키려 하거나, '나는 괜찮아'를 수없이 되뇌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때와 같이 불안할 때가 있지만, 앞서 말했듯 나름의 방법을 찾아 조금씩 불안함을 덜어가는 중이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는데, 이게 바로 어른이라고 해서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나와 비슷하게 불안증세를 겪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정신건강의학과 ‘불안장애’ 환자는 37만 9,932명으로 2013년 대비 35.7% 증가했다. 50대 환자가 7만 9,393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환자는 4만 3,045명으로 2013년 대비 75.3% 증가하여 가장 많이 증가했다. 1)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는 척 감추고 있지만, 생각보다 드러나지 않는 마음속은 건강하지 못하다. 감춘다고 해서 완벽하게 감출 수는 없다. 차라리 얼른 드러내고 상처를 치료받는 게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상처가 흉터가 지지 않고 곪게 둘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개개인의 생각이 있을 테니 판단은 당신에 맡기겠다.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8-12-13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