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24
엄마, 나 꿈을 꿨어.
내가 바닷속에서 인어공주랑 춤을 추며 놀았어.
노래를 부르면서.
언더 더 A
언더 더 B
언더 더 C
엄마 아무래도 기분이 안 좋아.
자꾸 맴돌아. 언더 더 C.
오늘 아침은 뭐야?
엄마 미역국은 안돼.
소고기죽도 안돼.
나 오늘 시험 본단 말이야.
막둥이가 중학교에 들어가 첫 시험을 보는 아침이었다.
입담 좋은 막둥이의 꿈 얘기는 지어낸 듯 아닌 듯
늘 재미나고 재치 있는데
이번 꿈 얘기는 과연 정상급이었다.
인어공주의 노래와 함께 한 시험 부담감을
엄마인 나는 여유롭게 웃어넘겼지만
이제 시작한 중학생활에 분위기상 약간의 고뇌를 표시한 아이의 지난 꿈자리가 애처롭기도 우습기도 했다.
그날 시험 본 과목은 수학과 과학이었는데
과연 우리 꿈쟁이는 under the....
그러면서 생각난 윤동주의 동시 만돌이.
_만돌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전봇대 있는 데서
돌짜기 다섯 개를 주웠습니다.
_전봇대를 겨누고
돌 첫개를 뿌렸습니다.
……딱……
두 개째 뿌렸습니다.
……아뿔사……
세 개째 뿌렸습니다.
……딱……
네 개째 뿌렸습니다.
……아뿔사……
다섯 개째 뿌렸습니다.
……딱……
_다섯 개에 세 개……
그만하면 되었다.
내일 시험
다섯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
손꼽아 구구를 하여봐도
허양 육십 점이다.
볼 거 있나 공차러 가자.
_그 이튿날 만돌이는
꼼짝 못하고 선생님한테 흰 종이를 바쳤을까요.
그렇잖으면 정말 육십 점을 받았을까요.
윤동주/만돌이
시험에 대한 압박감과 벗어나고 싶은 마음,
거스르고 놀고 싶은 마음...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있는.
그래서 이해되고 토닥이게 되는 마음.
모두를 안아주는 새해, 새 마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