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25
삶은, 계란
걱정 마. 깨져야 알맹이가 나오거든.
삶은, 감자
눈을 감자, 네가 떠오르고
실을 감자, 네가 달려오는
삶은, 고기
기름 빼지 말 것.
두면 알아서 빠져.
삶은, 당근
볶아야만 하는 법은 없어.
딱딱하면 적당히 익혀먹어도 된단다.
삶은, 양파
깔 수록 흐르는 눈물 따위.
그냥 고아먹어도 약이 되기도 해.
삶은, 고구마.
동치미가 없으면 안 되지.
누구에게나 동치미 한 사발의 권리는 있단다.
삶은, 콩나물
뚜껑을 열어도 닫아도 그냥 콩나물
삶이 질겨야지 흐물거리면 낭만이 없지
삶은, 곤드레
초록이 좋으면 삶아서 얼리고.
오래 두고 싶으면 바짝 말리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정답이 있다면 재미가 없지.
여기저기 끄적이다 너의 우물이 발견되면
거기서부터 너의 삶은 끓어오를지도 몰라.
나의 삶은, 대파.
달달 볶아보니 달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