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23
우리 언제 만났지
언제부터 세어볼까 디데이를
너를 낳으러 가던 날은
1월의 햇살이 봄날 같았어.
겁보 엄마인데 자연분만이 안된다는 의사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맙다고 해서는 의사가 웃었더랬지.
너를 만나러 가기 전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용의 꿈틀임
나는 잠깐의 숨이 넘어갔다가 다시 오는 것을 보았다.
아기가 효자라고 제자리에 와 있다는 의사의 말에
네 스스로 나오는 길이 있는지 잠시 궁금했었다.
위험을 조금 덜어냈을 뿐이라고.
네가 소리를 내며 내게서 떨어져 나온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가장 좋은 것으로 내게 주겠다는 약속,
너의 길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
언제나 엄마는 응원하고 격려하겠다는 약속.
다행이다.
그 약속은 나만 기억한다.
그래서 나만 속상하면 된다.
나보다 키가 커버린지는 꽤 되었지.
키가 컸을 뿐인데
나의 응원이 소멸되고 있다.
함께 해 주길 원하지 않는다 너는.
너의 생일.
고민 없이 고른 케이크에
벽돌 봇짐 가방을 쿵 내려놓는 너를 불러서
열아홉 개의 초를 켰다.
대충 부르는 노래였던가.
사랑하는~ 하고 음이 올라가는데
너의 손이 나를 잡았다.
나의 응원이 회생하는 중이다.
함께 해주길 원하고 있다. 너는.
유치하다.
얄팍하다.
늙은 엄마의 사랑은.
브런치북으로 설정하지 못하고 발행하여 재발행합니다.
30개의 글을 완성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