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26
눈이 내리는 밤
할머니는 무릎과 머리를 붙이고
내 옆에서 소원을 말했다고 했다.
운이 좋게도 선잠이 깨면
할머니의 오목한 얼굴에 닿은 달빛을 본다.
꿈인지도 모르는 빛.
밤은 아니었다.
비가 오는 밤
엄마는 까치발을 하고 나를 지나
동생을 지나 문을 닫았다.
운이 좋게도 선잠이 깨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얼룩덜룩 엄마 얼굴에 닿은 햇빛을 본다.
밤은 아니었다.
밤들과 아침이 흐르고
그 어떤 날의 나는
열심을 내도 마음이 가득 차지 않아서
열심의 시간이 지나버려서
영원함이 내게 있지 않음을 알아버려서
그럼에도 너를 사랑해서
나보다 더 너를 사랑하는 분에게
너를 비춰달라고
나를 비춰달라고
우리를 안아달라고.
밤이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