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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권 Apr 25. 2020

[인도 여행이 뭐길래?] #1

#1 그래, 나도 한 번 가보자

고등학생 때 내가 싫어하던 선생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이유는 없었다. 조촐한 핑계를 대자면, 모든 사람이 나와 맞을 수는 없다는 것뿐이다.


1년의 모든 수업을 엎드려 자며 그 수업 시간을 보냈는데, 딱 한 번 나의 잠을 다음 수업으로 미룰 만한 화면이 스크린에 띄워져 있었다.


'인도 여행'


해외여행은커녕, 제주도 밖을 떠나본 적도 없는 내가 왜 그 네 글자에 끌렸는지는 모르겠다. 애써 호기심을 숨기며 듣기 시작했고,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낙타부터 시작해, 타지마할, 휴지가 없는 화장실, 저걸 왜 타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기차.


너무도 달라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들 투성이었던 그 수업 시간의 여행기를 듣고 나니, 인도 여행이라는 뭔가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으로 느껴졌다.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상경한 나는, 좁게만 느껴졌던 20년 제주 살이의 종결을 선포라도 하듯이 여기저기 여행 다니기 시작했다. 첫 해외여행이었던 오사카부터 TV에서만 봤던 부산 등 나름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같이 여행을 다니던 현상이가 인도 여행이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고등학교 때의 그 수업 시간이었다.


'그래 나도 한 번 가보자'


누군가는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곳', '꼭 돌아오고 싶은 곳'과 같은 극과 극의 여행 후기들은 내 궁금증을 더 크게 만들 뿐이었고,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나름 열심히 알바를 해서 여행 갈 돈을 모았다.

방도 뺐다.

1학기를 마친 우리는 바로 인도로 떠날 준비를 했고, 기간을 얼마나 잡아야 적당할지 몰라 딱 1달 동안 머물러 보기로 했다.


한 달 여행은 처음이라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호들갑 떨었지만, 결국 옷 몇 벌이 들어간 배낭과 침낭이 전부였다.


나머지 짐은 다 제주도 집으로 보내고 나니, 진짜 여행이 실감 났다.

시작부터 삐걱

 "손님, 짐 검사 다시 할게요"


인도 여행에 대한 낯 섬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공항 검색대에서 검색을 마치고 탑승구로 향하려던 찰나에 현상이 짐에서 문제가 생겼다.


호신용으로 맥가이버 칼을 챙긴 것이다.


당연히 위험 물품은 탑승구 내로 들고 갈 수 없었고, 현상이는 한 번도 써보지 못한 호신용 맥가이버 칼을 공항 검색대에 맡기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물어보니, 잘 때마다 베개 밑에 숨겨두고 자려고 했다고 한다.

출국 직전

액땜 아닌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며 시작부터 삐걱거린 우리는 드디어 탑승구에 도착했다.


부모님과 친구들한테 전화하고, 햄버거를 먹고, 괜히 들떠,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한국에서의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초라한 짐을 가졌지만, 우리의 여행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인천 공항에서 설레는 마음을 갖고 시작되었다.



'ALL I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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