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
제주-김포 비행이 익숙했던 우리는 8시간이라는 나름의 장기 비행부터 새로운 경험이었다.
체크인을 늦게 해서 현상이와 떨어져 앉게 된 나는 양 옆자리에 앉은 이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인도를 갈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궁금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기내식으로 음료 하나를 고를 수 있다길래, 긴 시간의 비행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맥주 한 캔을 주문했다.
이 여행을 통틀어 술을 마실 일이 없어, 이 맥주는 인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먹기 전까지 마지막 맥주가 되었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입국 심사 대기 줄이 짧을 것이라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준비해온 E-Visa서류를 미리 꺼내놓고, 혹시 비자에 나와 있는 내 영문 이름이 여권의 것과 다르진 않을까 괜히 걱정되어 확인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내 차례가 되었다.
내 걱정들이 기우였음을 알려주듯이, 입국 심사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여권에 입국 도장이 찍혔지만, 아직 내가 인도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내가 인도에 도착해서 느낀 감정은 설렘, 걱정이 있었지만 몸은 피곤했다.
새벽에 도착했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밖을 나선다고 숙소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우리는 인도에서의 첫 날을 공항 노숙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노숙도 해보자!'라는 마음에 가져온 침낭을 바닥에 피고, 공항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인도 여행을 하려면 자물쇠가 필수라는 후기를 보고, 급하게 자전거 자물쇠를 챙겨 왔다.
공항 카트에 우리 가방을 묶어 매달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지금 보면 그리 안전해 보이지는 않지만, 우린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고 서툴렀다.
그리고 이 낯섦과 서투름이라는 그럴듯한 핑계 아래로 행해졌던 행동들이 여행을 돌아볼 때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 첫 노숙은 델리 공항 바닥에 등을 붙이며 시작되었다.
노숙에 난이도를 부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비교적 안전하고 편안한 노숙이었음엔 분명하다.
누워서 현상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연 인도에서 노숙을 몇 번이나 더 하게 될까?',
'내일은 어디에 있을까?',
'30일을 채울 수는 있을까?'
여행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를, 어쩌면 매일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어느새 피곤함은 사라지고 걱정과 근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온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들고 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걱정과 근심조차도 같이 겪으면 평생 추억거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