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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권 Apr 27. 2020

[인도 여행이 뭐길래?] #3

#3 My Friend라고 하면 다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상상을 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생각했던 대로 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잘 되기도, 혹은 잘 안되기도 한다.


인도에서의 이튿날은 잘 안 되는 편에 가까웠는데, 델리 공항을 나오는 순간부터 온 몸으로 느껴지는 열기와 앞 다투어 우리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 릭샤꾼들의 모습이 시작이었다.


와이파이나 유심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우리는 현상이가 가져온 가이드 북 하나에만 의존하며 기차를 타고 뉴델리 역으로 향했다.

공항-뉴델리 역

'판공초, 타지마할, 겐지스 강'


이 세 가지가 인도 여행의 목표였다. 사막과 낙타, 바다 등 여러 가지를 제쳐두고,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정했다.


마날리로 가서 버스를 타면 레(Leh)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고, 뉴델리 역에 가면 마날리로 가는 버스는 당연히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뉴델리 역

'우리가 진짜 인도에 왔구나'


'강아지, 닭, 소, 돼지, 릭샤와 오토바이, 그 사이를 걷는 사람'


이 모든 걸 보는데 30초가 걸리지 않았고, 내가 이 환경에 녹아들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되었다.


이들은 내 기준의 무질서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뉴델리 역에 도착한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고, 이때의 긴장은 나중에 어떤 낯섦과 당황스러움을 겪어도 나만의 기준선이 되어 나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첫 릭샤 = 바가지

'타기 전에는 my friend라며'


릭샤꾼들의 눈에 우리는 누가 봐도 초행길의 여행객이었고, 혼란스러운 뉴델리 역에서 my friend라는, 왠지 의지하고 싶어 지는 릭샤꾼의 릭샤를 타고 마날리로 갈 수 있는 버스 터미널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잠깐이나마 frined라고 생각했던 릭샤꾼이 데려다준 곳은 본인과 커넥션이 있는 사설 여행사에 불과했고, 마날리행 티켓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여행사를 뒤로 하고, 우리는 걷고 걸었다.


'이 곳을 지나려면 통행료를 내라'

'인도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아 거기? 내가 릭샤로 태워 줄게'

'마날리 행 버스 7일간 매진이야, 스리나가르는 어때?'


이제까지 느껴왔던 더위를 비웃듯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이끌며, 마날리로 가는 버스를 찾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어떻게 그 선한 얼굴로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 얄밉기까지 했다.


'내가 두 번은 안 속는다'


겨우 묻고 물어, 지하철을 타고 마날리로 가는 버스가 있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도에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참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지 '마날리'가 아닌 '마날리행 버스'가 있는 터미널에 도착한 사실만으로도 뿌듯했다.

첫 끼

티켓을 끊고 나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걱정, 의심, 분노, 걱정, 의심, 분노의 반복에 지쳐있었지만, 티켓을 끊었다는 안도감에 아무 음식이나 감사하게 먹었다.


물론, 저 메뉴를 다시 먹으라면 절대 못 먹겠지만 정말 감사하게 먹었다.


인도에 도착한 지 약 하루 만에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일에 감정이 오락가락할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상상을 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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