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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 Jun 12. 2023

육아 더하기 말고 빼기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아기포대기


아기포대기를 친정엄마에게 선물 받고도 요즘은 포대기 안 쓴다고 투덜대던 나이만 마흔이 넘은 철없는 엄마가 있다. 기어이 육아카페를 뒤지고 뒤져서 '아기힙시트'라는 간편하고 스타일도 사는 물건을 구매했다. 아기를 안고 눈도 마주칠 수 있고 아기등에 땀도 덜 차고 정면을 보게 해 줄 수도 있고...

스타일 사는 힙시트는 남편이 매도 어색하지 않을 거라 주말 외출땐 남편이 주로 매고 다녔다. 앞에 아기를 앉혀서 매는 거라 덕분에 우리의 허리는 뒤로 또 뒤로 활처럼 휘고 있었다


그렇게 지낸 육아시절 덕분에 남편과 나는 지금까지 허리가 성치 않아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스타일이 뭔 소용인가. 아기를 등짝에 찰싹 붙여 포대기로 업고 키웠으면 업고서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쯤은 낮에도 돌릴 수도 있었을 텐데... 업고 재우면서 아기 이유식도 야채 쫑쫑 썰어 쉬엄쉬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유명하다는 외국작가의 육아서를 읽다 보니 아기를 업고 재우면 내 손목은 영영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안았다 눕히는 '안눕'의 과정을 반복하며 아기도 울고 나도 울었던 12년 전 그 시절.

아기가 찔끔찔끔 먹지 않고 충분히 먹고 자게 하려고 수유시간을 기록하며 정확한 간격으로 수유했었다.

아기 낳고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는 아기를 재우고 쓰러질 것 같은 저질체력에도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고 하나씩 하나씩 적용해 봤다. 


그때는 분명 잘 키우는 줄 알았다. 날 희생해 오로지 내 아이는 행복하게 바르게 잘 키워내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였으니까. 어린 시절 식당을 하는 엄마에게 받지 못한 돌봄을 내 몸 구석구석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내 아이는 잠시도 홀로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생각이 항상 의무감처럼 들었다.

그렇게 의무처럼 철저하게 완벽한 육아를 목표로 하루하루 공부하며 더하고 더했다.


지나고 나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어찌해도 아이는 자연스레 자라는 것이다. 엄마가 행복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봐주고 아기가 잠들 땐 같이 눈 붙여 자고. 등짝에 업어 흔들거리며 죽을 끓여도 아이와의 시간이 무심히 흐르는 게 아니었는데...


아이와 눈 맞추고 놀아줘야 오감이 발달할 것 같았고 등짝에 업혀있는 시간이 바보같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는 시간 같았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읽어주고 손에 쥐어주고 귀로 들려주고.

더하고 더하고 또 더하고...


그러다 지쳐서 정작 웃어줄 수 없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때는 분명 완벽한 육아를 한다고 여겨졌던 게 세월이 훌쩍 흘러 지나고 보니 애처롭다.

그리고 내게 해주고 싶은 말.

"애썼다."


나 돌아갈래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온전히 느끼고 즐기고 싶다. 그냥 아이에게 뭘 해줘야지 하지 않고 그냥 손잡고 웃고 안아주고 싶다.

다 빼고 그냥 바라만 보며 웃고 싶다. 지금 다 키워보니 그것만 해도 되겠다 싶네. 


물론 그때의 내가 있었으니 지금 행복하게 자란 아이도 있는 것이겠지만 또 그냥 자라는 모습만 지켜보며 키웠다 해도 아이는 또 다른 모습으로 행복하게 자랐을 것이다. 지금의 내 아이는 내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대로 자라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똑똑하고 책을 많이 읽고 밝고 예의 바른.


그냥 커가는 대로 자유롭게 뒀어도 엄마의 웃는 얼굴과 사랑이면 지금의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자랐을 것이다. 그러니 다시 돌아간다면 다 빼고 웃으며 즐기며 보낼 것 같다.


이 또한 다 키운 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소리겠지. 하하하


지금 까꿍이들 젖먹이며 재우지 못해 울고 있을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 크니 육아카페 전전하며 더하려고 하지 말고 다 빼고 그냥

 "웃는 엄마가 되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천천히 즐기며 예쁜 그림책은 꼭 다시 읽어줄 것이다.



이건 지금 와서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 

다시 돌아가도 꼭 했을 가장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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