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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ul 07. 2024

30대_연애

서른이지만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연애라고는 대학 때 나 좋다고 했던 분을 호기심에 만나다가 3개월도 못 채워 헤어진 게 전부다. 당시 같이 학생회 활동을 하던 오빠가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 거절하기도 그렇고 우선 만나보자 해서 시작했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나의 관심사는 연애보다는 취업이나 자기 계발에 치중되어 있었다. 결국 나의 20대엔 그 시기만 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열정적인 만남은 없었다.


연애를 포기하고 얻은 것들은 분명 있었지만,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나는 외롭다기보다는 알 수 없는 모를 공허한 느낌이 들었고 그해 12월 처음으로 소개팅을 해봤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며 거절하던 애가 소개팅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주선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연달아 3번을 봤었다. 모두 좋은 사람이었고 대화도 통했지만 관계를 발전하기에 두려움이 있었고 연인이 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무산되어 버린 20대 마지막 소개팅이었다. 20대가 끝나버리는 것이 아쉬워 치기 어린 마음에 나갔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성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 배울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물론 그냥 예의상 물어봤을 수 있었겠지만 연이은 애프터 신청에 자존감이 조금 올라간 느낌도 받았다. 소개팅은 이뤄지지 않으면 그냥 시간낭비일 뿐이 아닌가 했던 나의 인식을 바꿔준 경험이었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연애는 막상 그렇지 않았다. 나는 호감이 있어도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했고 호감을 보이는 이에게도 마음과 다르게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의 서툴고 어색한 관계가 불편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만남을 미루었다. 나는 용기 낸 마음이 거절당할까 봐 두려웠고, 이별에 상처받기 싫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정신적 시간적 경제적 노력에 대한 효율을 따지게 되었다. 또한 굳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헤어질 관계에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앞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남을 회피하려는 나의 비겁함을 감추기 위한 이유를 찾았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 관계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나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시했고, 동반되는 부정적인 감정들 또한 궁극적으로 삶에 있어 필요한 요소로서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사랑에 대해 시니컬했던 나의 20대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연애를 포기하며 놓친 부분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깨달음과 아쉬움이 있어도 다가오는 사랑에 곧바로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편이 아니라서 만남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친구들은 동아리나 소개팅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만남을 가져보라는데 쉽지 않다. 무언가 인위적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마음이 끌리지 않는 성격이라, 이러한 부분에 있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맞다. 그래서 더 쉽지 않은 연애다. 왜 나는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게 어려울까 하는 생각에 나 스스로가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게 내 모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물론 가치관이 맞으면 편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다른 모습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사랑과 믿음으로 의지하며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오래된 친구와 같은 연인이라면 그 어떤 조건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선 나부터 좋은 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언젠가 만나게 될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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