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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없는 세상 09화

찬주

by 이현성

우리 도망가자

아무도 없는, 그런 캄캄한 그리움 같은 곳으로

저기 세상 끝으로 달아나고 나면

나는 다시 너를 달래야 하겠다

돌아가자

사랑 같은 거 믿음 같은 거 세상 같은 거 믿지 말고

그러면서 네 눈시울을 닦으면

너는 아무 말 않고 나와 사는 것이다

누군가 다 이해한다면서

내 울음 다 들어준다는 말에 혹하지 말고

그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이다

그래서 너와 함께 어디론가 도망간다

그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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