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최고의 계란빵

그림책 l 너도 갖고 싶니?

by 핀다

고소하고 달큼한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동생과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엄마!” 우리는 동시에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웃으며 가 보라고 손짓했고, 우리는 냅다 뛰었다. 아! 참을 수 없는 유혹! 주말이면 앞집 아주머니는 계란빵을 만드셨다. 주변에 빵집 하나 없던 그 시절에 앞집 아주머니의 계란빵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앞집은 대문 옆에 커다란 문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앞집 아저씨의 퇴근 시간이면 2층 우리 집에서 이 파란색 문이 양쪽으로 쫘악 벌어지면서 까만 자동차가 미끄러져 들어가는 모습을 구경하곤 했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초인종을 눌렀다.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 주셨고, 우리는 앉지도 않고 그대로 선 채로 어서 요술 기계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다. 앞집 오빠는 나보다 두 살이 많았고 앞집 동생은 나보다 세 살이 어렸는데, 둘은 빵을 먹으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듣고도 뭘 하는지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드디어 우리 집에는 없는 제법 크고 반질반질한 사각 팬 위에 곱디 고운 계란빵이 따끈따끈한 김을 내뿜으며 자태를 드러냈다. 우리는 입술을 꼭 물고 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한 덩이씩 동생과 나에게 나눠 주셨다.


달고나 색, 계란빵의 맨 윗부분은 참으로 부드러웠다.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계란빵의 속살은 병아리처럼 노오랬다. 살짝 끈적거리는 알밤 색 바닥면은 최고로 달콤했다. 빵은 순식간에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팬 위의 계란빵은 모두 열두 조각이었다. 동생과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물고기 구경을 했다. 벽돌과 초록색 김장천으로 만든 어항엔 커다란 금붕어 아홉 마리가 살았다. 물고기 냄새는 오늘도 비릿했다. 코끝을 비비며 작고 동글동글한 물고기 밥을 던져주면 금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이 팔딱팔딱 부딪히며 여기저기서 하얀색 입이 튀어나왔다. 동생과 나는 학교에서 오는 길에 데려온 달팽이 두 마리를 돌 위에서 키웠다. 달팽이는 당근을 먹으면 주황색 똥을 싸고 배추를 먹으면 초록색 똥을 싸는, 물고기보다 재미있는 동물이었다. 아주머니네는 우리 집에 없는 게 또 하나 있었다. 피아노다. 오후 시간이면 아주머니의 피아노 소리가 담을 넘어 들려왔다. 내가 피아노 한쪽 다리의 요란한 소라 모양 무늬를 만지작 거리자 아주머니는 한 번 쳐보라고 했다. 나도 피아노를 칠 줄 알았다. 하지만 괜찮다고 했다. 우리 집은 생일이나 기념일처럼 특별한 날에 ‘마당’이라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갔는데, 그곳에는 앞집 피아노보다 더 크고 반짝반짝 빛나는 새하얀 색의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다. 아빠는 머리띠를 하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하얀 타이즈에 빨강 리본 구두를 신은 내가 그 멋진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게 해 줬다.


동생과 나는 계란빵을 한 조각씩 더 먹고 집에 돌아왔다.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다. 그때, 엄마도 그 계란빵이 먹고 싶었을까. 먹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앞집의 새로 도배한 벽지에 낙서를 해 놓아서 엄마가 아주머니에게 얼마나 사과를 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다 큰 애가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또, 앞집 아주머니는 아들이 2살 어린 나와 놀다가 자꾸 울고 들어와서 자주 속상해하셨다고 한다. 난 그저 아주머니의 계란빵이 맛있었을 뿐이다.




누군가 내게 "너도 갖고 싶니?"라고 물으면,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너도 갖고 싶니’의 주인공 샘처럼 난 "아니, 천만에."라고 대답하고 살았다.


<너도 갖고 싶니?> 글 그림 앤서니 브라운, 옮김 허은미 / 웅진주니어


내가 ‘질투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초연한 내 태도를 친구들은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정말 세상에 질투가 없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걸까. 혹시 질투하지 않는 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러다 몇 달 전, 인스타를 시작하고 알았다. 질투가 없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명품 쇼윈도를 지나치지 않으면 딱히 마음이 동하지 않지만, 한 바퀴 돌고 나니 물건 하나가 내 마음에 콕 박히는 것처럼, 눈으로 보고 나니 탐이 나고, 가질 수 없을 경우 초라하게 곤두박질치는 자존감을 구해내기 어렵다. 나도 모르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고, 내가 걷고자 하는 길 위를 걷고, 뛰고, 날고 있는 사람들의 크기와 나의 크기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심하게 편집된 모습임을 잘 알면서도 내가 본 것에 대해 마음은 순식간에 속수무책으로 바스러진다. 나만 제 자리에 서 있는 느낌, 아니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급함만 커진다. 괜찮다며 오늘도 그저 나의 한 발자국 내딛는 것이라며 스스로 응원을 해 주어야 맞는데 쉽지 않다.


더 치열하게 살지 않은 내 탓이라며 채찍질도 한다. '나도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모퉁이를 돌면 뭔가 반짝이는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환상 같은 것은 오래전에 버렸는데, 바쁘게 최선을 다했는데.'라며 변명도 해 본다. 차라리 옛날처럼 운명이 정해져서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없는 시절이 낫겠다고, 그러면 적어도 나를 자책하는 대신 운명의 굴레를 던진 신을 원망하게 되니 더 편하겠다고 불평도 해 본다. 이것도 저것도 다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지쳤으니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귀농을 해야 되나 싶기도 하다. 그런 생각도 잠깐. 나는 스님이나 농부가 되는 데에도 재주가 없는 것 같다. 도시에서의 안락함을 포기할 자신도 없다. 마구 엉켜버린 실타래의 모습이 된 나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 이들이 부럽다는 것을 완벽하게 인정했다.


어쩌면 샘은 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제레미가 넘어지기를, 새 축구공을 제레미가 잘못 차서 창문을 깨고 공원지기 아저씨에게 혼쭐이 나기를, 제레미가 커다란 봉지에 가득 담겨 있는 사탕을 먹고 배탈이 나길, 새로 산 고릴라 옷을 입은 제레미가 사나운 개에게 쫓기기를, 새로 산 칼을 휘두르는 제레미를 해적들이 잡아가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바닥에 놓인 고릴라 탈이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제레미가 곤경에 처한 상황을 상상하며 속으로 웃고 있었는지 모른다. 샘은 꿋꿋하게 무표정으로 일관하다가 제레미가 아빠와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고 자랑하자 외면해버린다.


크게 질투를 느끼는 지점은 나의 꿈이나 소망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제레미가 온갖 새 물건을 자랑해도 흔들리지 않던 샘이지만, 만약 샘이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면 제레미가 밉기까지 했을 것이다(아버지를 작품에서 고릴라로 표현하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실제로 17세에 아버지를 잃었다고 한다). 샘은 숲 속을 바라본다. 숲 속에는 부엉이, 돼지, 양, 고양이, 악어 등 온갖 동물들이 숨겨져 있다. 숲에서 동물원을 상상하고 있는 샘의 뒷모습이 너무 짠했지만 괜찮을 거라는 것도 안다. 때로는 스스로를 달래고, 때로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도 하며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계속할 테니까. 다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부러우면 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오히려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이제 누군가 “너도 갖고 싶니?”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거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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