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동방의 미술 - 2세기부터 13세기까지 : 이슬람과 중국
무조건 반갑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KOREA'
우리나라의 문화역사를 총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미술이 소개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비한 양탄자의 나라 페르시아의 미술이야기가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미술사-THE STORY OF ARTS>이다. 한국에서 번역 편집하면서 <서양미술사>로 명칭 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서양미술을 다루고 있기에 구별하기 쉽게, 편의적으로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그만큼 동양미술에 대한 연구가 없기도 하다. 그런 터에 이렇게 동방의 미술이 짠! 소개되고 있으니 반가움의 정서가 '책의 이해'에 앞서 나오는 게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여기까지 불필요한 서설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왜?
저자 곰브리치의 사고에서 잠깐 벗어나 '나만의 사유'(단어 사용이 너무 거창했나?)를 펼쳐도 될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처럼 고향집에 들어선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껏 읽은 역사서에서 얻은 짧은 소견으로는 페르시아 이슬람권의 미술은 서양미술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여겨진다. 수많은 전쟁과 종교적 갈등, 그로 인해 유럽 곳곳에 세워진 건축물들에 그 흔적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서 그 자취들을 흠뻑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아~ 옛날이여~~ 지금은 발이 묶여 맘대로 갈 수 없는 그곳!ㅠㅠ)
여기서 소개된 15세기의 세밀화를 보고는 1900년대 초기에 활동했던 체코 작가 '알폰소 무하'의 그림이 언뜻 연상되었다. 왠지 모르게 색채나 구성 면에서 상통함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100 퍼! 내 개인적 느낌일 뿐이니 이론적 이의 제기하지 마시길~ ㅎㅎ)
"인간의 형상을 그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동양의 장인들은 대신 문양이나 형태 자체의 아름다움에 그들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들은 아라베스크라는 매우 정교한 레이스와 같은 장식을 창조해냈다." -143쪽
우상 만드는 것을 금기했던 이슬람 왕 마호메트의 강권 덕택에 정교한 디자인과 풍부한 색채의 배합 설계가 미술인들의 손으로 창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문양과 디자인 창조 훈련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세밀화를 통해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게 된다.
우리는 마치 본문을 읽듯이 이런 그림을 읽을 수 있다. 오른쪽 구석에 양손을 포개어 가슴에 얹고 서 있는 주인공으로부터 그에게 다가오는 여주인공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볼 수도 있고, 이야기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으로 달빛 담은 동화를 만들어 정원에서 노닐게 할 수도 있다. -147쪽
아하! 세밀화의 매력이 바로 이런 데 있다는 걸 체감한다.
어린 시절 세계지도책을 펼쳐놓고 각 나라의 여행을 꿈꾸고, 아름다운 그림책 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공주가 되었다 새가 되었다 했던 그 환상의 순간들! 이런 세밀하고 다채롭고 풍성한 색깔로 가득 찬 아름다운 그림이 배경이 되어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또 하나! 특별히 주목한 것은 중국의 <나한상>이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묘사인 데다 그 표정이 매우 강렬하다. 1000년경에 제작된 이 테라코타는 지금 봐도 너무 세련된 작품이라 여겨진다. 자비롭고 온화한 표정으로 속세를 다독이는 보살의 상 대신 보통의 우리와 같이 고뇌하면서 수행의 도를 닦고자 하는 치열함이 얼굴에 나타나 있어 오히려 친근하고 위로가 된다. 결코 나와 다르지 않은 수행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중국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천한 일로 생각하지 않고 화가를 영감을 받은 시인과 동등한 위치에 놓은 최초의 사람들이었다."-150쪽
이 대목은 좀 달리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선비들이 글과 그림을 함께 했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 화가 나 석공들을 '환쟁이' 등이라 칭하며 천대했던 역사가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어 유구무언이지만...
"명상한다는 것은 하나의 진리에 대해 그것을 마음속에 정착시키기 위해서 동일한 신성한 진리를 여러 시간 계속해서 숙고하여 그 본체를 상실함이 없이 모든 각도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 -150쪽
"중국의 종교미술은 중세의 기독교 미술처럼 부처의 전설이나 중국 사상가들의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서 그려지기보다는 오히려 명상의 실천을 위한 도구로 그려졌다." -150쪽
"중국 미술가들은 소재를 직접 대하고 그리기 위해 밖으로 나가 사생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명상과 정신집중을 통해서 예술을 익혔다. 직접적으로 대면하여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탐구함으로써 소나무나 바위, 구름 등을 그리는 법을 터득했다. 그런 후 비로소 여행길에 올라 자연을 사색하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난 후 돌아와서 그 영감을 떠올리면서 붓과 먹으로 단숨에 그려냈다." -150쪽
"중국인들은 그림에서 세세한 것을 찾아내어 그것을 현실 세계와 비교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림 속에서 미술가의 감흥이 가시화된 흔적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153쪽
이렇게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능란하게 일필휘지 하는 중국 대가들의 신비한 모습을 선망하는 듯 표현한 저자 곰브리치의 설명이 재미있게 여겨진다. 가히 '동양의 신비'라 여겨질 만한 요소들이 많기는 하다.
빈 틈 하나 없이 꽉 채워진 세밀화나, 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담아내는 일반적인 서양의 그림과 달리
오랜 명상과 수도 끝에 거르고 또 걸러낸 절제된 이미지가 화폭에 단아하게 놓여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자연에서 몇 개의 단순한 주제를 선정해서 그것을 절도 있게 전개시키는 중국 미술은 경탄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흐름에 따라 오랜 명상에서 얻어진 절제된 필치의 회화 기법은 차츰 유형화되고 공식화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기술인가 하여~~
명상이 모방으로, 득도가 위장의 도로
점차 가짜 옷을 입게 되니...
'짝퉁 명품 제조 1 위국' 깃발 휘날림도
긴 역사가 있는 가 하도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