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서 펄쩍~ 뛰쳐나오기

18. 미술의 위기 - 16세기 후반 : 유럽

by 아이얼

"매너리즘에 빠졌다."

뭔가 참신함이 사라지고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기만 할 때, 사람들은 이런 말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이 장은 16세기 후반 그 매너리즘에 빠진 유럽의 미술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그들이 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을까?

잠시 당시 미술가로 빙의하여 생각해보기로 한다.


첫째, 미술가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종교개혁의 여파로 새롭게 부상한 개신교파들은 교회 안에 제단화나 성상들을 두는 것을 반대했다.

이로써 많은 미술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흔히 예술가들은 찾아주는 이 없을 때 존재감의 상실을 느끼게 된다. 의욕이 사라지면 창작의 열정도 식게 마련이다. 이제껏의 화풍을 별생각 없이 답습하기만 하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무력해진 당시 미술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위대한 미술가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당시 유럽의 미술가들은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을 탐색하고 연구, 모방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였던 것 같다. 각 지역의 공방에서 수학한 자들이 최종적으로 바라볼 곳은 바로 이탈리아였다. 그곳 거장들의 회화기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약간씩 변형시키는 것이 미술가로서 살아남는 길이었을 것이다.




미술학도도 아닌 주제에 감히 이러한 생각들을 늘어놓아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이제까지 책을 읽어오면서 나름 느끼는 점일 뿐이다.

생각의 그릇은 자신이 담아놓은 지식의 그릇에 비례하여 채워지는 법이다. 미술사적 지식이 더욱 많이 쌓이게 되면 지금의 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들을 이렇게 기록해두는 것은 글 쓰는 자의 입장에서 매우 유익한 일이다.


엘 그레코, <요한 묵시록의 다섯 번째 봉인의 개봉>, 1608-14년경. 캔버스에 유채, 224,5x192.8 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오늘 특별히 주목한 작가와 그림 중 하나는 '엘 그레코'의 <요한계시록 다섯 번째 봉인의 개봉>이다.


그리스 출신 화가답게 자유함과 파격미가 드러난다.

매너리즘에 빠진 미술가들의 세계에서 투둥~~ 튕겨져 나온 듯한 그런 속 시원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5세기 전의 이 그림이 현대 미술가의 작품 마냥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림으로 소통하는 세상엔 시차 간격을 뛰어넘는 교감이 있다.

이것이 어찌 그림뿐이겠는가? 음악과 서사에서 발견하는 짜릿한 교감! 그 신비로운 체험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끈을 놓치지 않고 눈을 부라리며 바라보고 있는 것일 게다.


피터 브뢰헬(父), <시골의 결혼 잔치>. 1568년경. 목판에 유채, 114 ×164 cm, 빈 미술사 박물관

또 한 편의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뢰헬'의 <시골의 결혼 잔치>이다.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던 화려한 귀족들의 장면에서 소박한 시골 서민들의 장면으로 훌쩍 전환된 것도 신선했고, 꾸밈없이 드러나는 저들의 모습이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나있는데...

그 내용을 곰브리치의 설명과 함께 살펴보고 있자니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가슴이 훈훈해졌다.

이 그림이 바로 '풍속화'라 이름 짓는 미술의 한 장르가 되었다는 것이다.


위 도판의 세부


매너리즘에 빠져봐야 돌파구도 찾게 되는 법이다.

당시 왕족과 귀족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필요에 따라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위상을 세워나갔던 미술가들에게 닥쳐왔던 위기!

그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 저들의 그림을 보며 후련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COVID로 위기를 맞은 21세기 초반의 예술가들은 현재 어떠한 작업을 하고 있을까?

후대에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으로 새롭게 전환기를 맞이했다'라고 평가를 내리려는지?

그가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자신의 일'을 꾸준히, 그러나 '파격적으로' 해나가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도 기존의 내용 정리 글쓰기에서 벗어나~~~

이렇게 파격적 나의 목소리를 질러보았다.

미술학도도 아니면서 쓸데없이 미술사가 흉내내기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던 지루한 시간들....

그 시간과 공간들에서 펄쩍 뛰쳐나와!

셀프 파이팅!!

오랜만에 맛보는 속 시원함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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