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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샘 Nov 01. 2020

엄마라서 오늘도 공부합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를 가졌을 때 읽은 책이 한 권 있다. <공부하는 엄마들>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품고 있는 엄마이지만 공부하는 엄마로 살겠다 다짐했던 터라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왔다. 엄마로서만 사는 삶이 아닌, 나의 삶도 아끼겠다는 의지와 기쁨이 활자 속에서 느껴져 읽는 내가 다 행복했다.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나 또한 공부하는 엄마로 살리라. 굳게 다짐했었다.


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한동안 새벽기상은 꿈도 못 꿨다. 워킹맘으로서의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고단했던 까닭이다. 남편이 육아휴직 중임에도 이리 피곤하다니. 내년 맞벌이를 할 텐데 그땐 어쩌나 싶어 한동안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걱정만 한다고 해결이 되느냐. 아닌 걸 알기에 나는 '빼기'를 해야 했다. 더하기만 하면 결국 체한다는 걸 안다. 더했으면 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나는 그간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새벽기상을 다시 시작하게 된 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고독 속에 내어두는 시간이 극도로 짧아서.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면 아이들과 복작대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엔 업무와 청소로 바쁘게 보낸다. 퇴근 후에는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 노력 중이고 아이가 잠들면 같이 잠들기 일쑤였다. 자연히 나 혼자 읽고, 쓰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 여유가 부족해지니 얼마간 마음이 바빠지고 자꾸 채울 생각만 했던 것이었다. 내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흔들리니 생활도 흔들렸다. 일은 일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다시 못난이처럼 느껴져 괴로웠다. 이도저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구나 자책하게 되었다 .

결국 나는 다시 새벽 기상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소홀히 했지만 그래도 해봤다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전날 조금 더 일찍 자고, 자기 전에 내일 새벽에 할 일들을 기대하는 시간을 잠시 주면 되었다. 고요한 새벽 시간이 내게 필요했고, 그 고독의 시간이 내게 얼마나 행복을 충만하게 하는지 알기에 어렵지 않게 일어날 수 있었다.

새벽 시간, 나를 제외한 그 어떤 외부환경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 나를 세상의 이목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이기에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건강을 위한 영양제를 먹고 물을 한 가득 떠서 서재방으로 들어간다. 바인더에 일정을 정리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살핀다. 일정을 정리하고 나면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 보통 새벽엔 업무 일을 하진 않는다. 책을 읽고, 필사하고, 글을 쓰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한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나만을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단단해짐이 느껴진다. 오늘 하루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생긴다. 누군가 나를 흔들어도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거란 확신으로 가득 찬다. 생각보다 새벽 시간의 힘은 이렇게나 강력하다.


나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났다.

나의 시간을 보내며 오늘도 공부를 했다.

엄마라서, 나라서, 오늘도 공부했다.

이 힘으로 나는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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