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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샘 Oct 22. 2020

매번 잘할 순 없다

나에게도 칭찬이 필요해

지독한 완벽주의자였던 나는 시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도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잘한 일은 칭찬할 줄 모르던 터라 익숙한 일이 아니면 시작부터 지레 겁을 먹곤 했다. 힘은 들어가고 누가 봐도 불편할 정도로 긴장을 하니 결과는 나에게 기준 미달이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의 눈에도 기준 미달일 거라 짐작하며 자책하곤 했다.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해서도 안되지만 역시 너무 엄격해서도 안된다. 칭찬할 줄 모른다는 건 자기 신뢰를 잃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매번 결과가 불만족스러우니 시간과 마음을 들여 일을 해도 기쁘지 않았고 다음번엔 더 긴장이 되곤 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마음에 차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결국 도망쳐 버리기도 했다. 그 또한 유쾌한 일은 아니어서 이러나저러나 괴롭긴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아예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생각을 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아주 모른 척할 수 있게 생각이 들어올 틈도 없도록 노력했다. 그 탓에 나는 세상과 유리되어 살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마저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보기 싫어 고개를 숙일만큼 피해왔다. 그런데도  외면이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은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래도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함을 깨닫고 난 후로는 어쨌든 해보기로 마음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도.


지나고 보니 일의 결과보단 내가 싫었던 것이었다. 내가 싫으니 내가 하는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그래서 완벽한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고 싶은 내 마음도 다독여 가며. 시작에 앞서 두려움을 느낄 때나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일과 나를 분리시키는 말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이 일의 결과물이 곧 나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걸.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두려움과 불안을 인식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를.


스펜서 존슨의 <멘토>에는 '1분 칭찬하기'라는 효과적으로 자신을 칭찬하고 자부심을 불어넣는 방법이 제시된다. 단 1분이 필요했을 뿐인데 그동안 나는 자신에 대한 칭찬에 인색했구나 싶었다. 앞으로는 칭찬을 마구 마구 해주리라.


나는 이전보다 꽤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되었고, 자기반성은 좀 그만해도 된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반성이라기보다 비난에 가깝나?).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종종 인정을 받기도 다. 그런데도 부족하다 느꼈던 건 내가 날 칭찬할 줄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라는 책임이 하나 더 늘어난 뒤로 완벽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특히 나보다 내 아이 돌보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엄마일수록.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목표가 온갖 예상치 못한 변수를 완벽히 다루고 아무 문제없이 키워야 함을 말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늘 기대와 결과가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하나씩 배워간다는 생각과 자신을 가져야 함을 인식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은 나를 잘 키우는 일이다. 나도 아이와 성장하는 입장이니 꼭 완벽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분명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매번 잘할 수만 있을까?

육아엔 자신감이 필수이다. 그러니 칭찬을 마구 마구 해주자.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잘한 일보다 잘 못한 일에 더 집중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말자 다시 다짐해본다.


난 오늘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주었고, 안아달라는 요구에 안아주었다. 울면 눈물을 닦아 주었고, 손이 더러워지면 손도 씻겨 주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 돌보는 일이 쉬울 리는 없다. 많은 사람이 하고, 누구나 한다고 편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애썼다면 애쓴 나를 격려해주자. 그래야 성찰도 하고 목표도 세울 수 있는 법.


매번 잘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러니 작은 일에도 칭찬할 줄 아는 내가 되길. 그래서 내 아이, 내 학생들에게 작은 일에도 칭찬해줄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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