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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버스 Aug 28. 2022

2화 - 응??고양이??

정체모를 고양이의 등장


" 거기 누구 없어요~? "

...

" 저기요 ~ 돌멩이님 ~!어디에 계신가요~? "

...

" 계시긴 계신가요?"

...

" 하... 모르겠다~ "


파도가 오긴 오는 걸까?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듯 고요하던 나의 바다에 작은 돌멩이 두 개가 던져졌고

일시 정지된 듯 똑같은 동네,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일만 하던 내 삶에 작은 신호탄이 울렸는데... 별다른 것 없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직장에 나가게 되었지만 결혼 전 전화상담 일을 다시 하는 거라서 파도는커녕 다시 모래밭이다.


처음엔 두 개의 돌멩이를 조합해봤을 때, 운명이라는 녀석이 전화 상담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글로 쓰라고 시기적절하게 두 개의 돌멩이를 던져줬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일하다 보니 그것도 아닌 것이.


다시 하는 영업일이 재미있기는 하다.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자존감도 조금 올라갔는데, 그렇다고 해서 뭔가 글감이 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고객과 따뜻하고 뭉클한 에피소드를 기대할만한 상담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번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일을 했을때는 만기 5~6개월 전부터 통화를 한다.

가입하는 고객과는 1년에 한 번씩 갱신할 때마다 다시 만날 수 있었기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기기도 했는데 지금 상담 업무는 고작 해봐야 일주일이다.

일주일 동안 통화하며 뭐 얼마나 뭉클한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을까?


직장에서 고객과 몽글몽글한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탑재했던 작가 모드를 꺼버리고 실적 맞추기에 급급한 영업사원 모드를 켜놓고 일만 하는 중이었다.

'흠... 그럼 그렇지... 누가 봐도 뻔한 돌멩이의 조합은 아닌가봐'

'그렇다면 내 등을 떠밀면서까지 굳이 이곳에 오게한 의도는 무엇일까? 이곳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고 다음 파트로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 정지된 나의 바다를 골똘히 바라보았다.

' 매직아이도 아니고 이거 참...'

한참을 미동도 없는 망망대해를 바라보자니 눈이 몰리는 것 같다

파도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아무런 흐름조차 없는 바다는 그냥 거대한 물일 뿐이었다.

'그래... 바다란 자고로 뜨끈뜨끈한 모래사장에 철퍼덕 앉아서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와 철썩철썩 파도 소리를 들으며, 햇살에 반짝이는 영롱한 빛깔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평화로워지는데 말이야. 캬~

거기다 간질간질 미끄럽고 차가운 파도 거품이 발을 쓸고 내려가면... 고양이 한 마리가... 응?? 고양이??'


" 꺅!!! "

모래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내게로 다가왔다.

" 너 뭐야??? 뭔데 여기 있어? 여길 어떻게 들어왔어? "

너무 진부한 반응이라는 듯 코웃음 치며 다가와서 내 옆에 자리 잡는 고양이 한 마리.

" 네가 불렀잖아 "

" 내가?? 너를?? "

" ... "

" 그렇다면 네가 돌멩이야?"

"... "

" 그럼 뭐야? 뭔데? 운명이야? 수호천사야? 아님 분열된 나의 자아인가?"


"그게 중요해? 내가 무엇인지보다 여기 왜 왔는지가 더 중요한 거 아니야? ”

"아참! 그렇지! 왜 왔어? "

" 휴... 너는 정말... "

고양이 한 마리가 귀여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 네가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 고양이가 말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한참 어른인 것 같은데 귀엽다니, 귀여운 게 나한테 귀엽다고 하니 뭔가 되게 오묘하다 '

" 네가 나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당황한 나는 안중에도 없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고양이.

" 너 말이야. 뭐가 그렇게 심각해? 열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건 아주 칭찬해. 잘하고 있어. 그런데 정작 쓸데없는 곳에 눈이 몰려라 쳐다보고 있는 널 보고 있자니 가만있을 수가 없더라고 "


' 나 지금 고양이한테 혼나는 거야? '

기분이 언짢으려는 찰나에,


” 힘 좀 빼 ~!"


나보다 훨씬 자그마한 게 심장을 후려칠 만큼 귀여운 앞발로 내 등을 토닥이며 말을 했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 네 말 듣고 보니 그러네. 나 뭐에 이렇게 열중하고 있는 거였을까 ?"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왜 그렇게 바다를 노려보고 있었던 거야? ”

" 그야... 단서를 찾기 위해서... "

" 무슨 단서?"

"지긋지긋한 전화 영업 업무를 벗어날 단서 말이야... "

" 왜? 벗어나면 뭘 할 건데? "

"나는 말이지... 글과 그림으로 돈을 벌고 싶어... "

" 왜? "

" 그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 시간이 아까워 "

"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찾고 있던 거였구나? "

" 응! 그렇지... 앗! 잠깐만 그냥 이렇게 갈려고? 뭐야. 여기 왜 왔는지 대답 안 해줬잖아. "


와서 이야기 한 거라고는 힘 좀 빼라는 것과 질문 몇 개뿐이었잖아.

자기 존재에 대해서도 말 안 해주고, 뭐야 정말. 제멋대로네 !

자리를 털고 다시 모래사장으로 슬그머니 걸어가던 고양이.

” 그러라고 등 떠밀어준거잖아 “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던지고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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