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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버스 Oct 01. 2022

5화 - 꿈도 배달이 되나요?

안 될게 뭐야 ?

[ 끼~~~익 !!!! ]


' 휴... 큰일 날 뻔했네 '


어젯밤 꿈에 몰두하며 반쯤 정신 놓고 우회전하다 그만 횡단보도 파란불도 못 보고 지나갈 뻔 했다.

찢어질 듯한 브레이크 소리에 어슬렁어슬렁 지나가던 고양이 한 마리가 부리나케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 쏘리! 미안해 야옹아 '


그나저나 요즘 고양이가 부쩍 눈에 잘 들어온다.

고양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난번 해변에서 만났던 고양이를 다시 소환하고 싶은 심정이다.


"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거구나? "

"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거구나? "

"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거구나? "


띠링 !

- 퀘스트 알림! <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방법을 찾으시오. >

퀘스트 창이 열리며 미션은 주고 갔는데 그 뒤로 감감무소식이다.


' 힌트 없냐고~~~~ '

' 힌트 좀 달라고~~~~~'

나는 꿈만 찾으면 일사천리 그동안 못 썼던 열정 대방출해서 바로 탄탄대로 일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산 넘어 산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모르겠다.

꿈을 찾긴 했으나 그 꿈이 천재적인 재능이어서 바로 피카소가 된다거나 J.K.롤링이 될 수 없는 노릇.

이제 막 꿈을 찾은 새내기처럼 갈고 닦을 시간이 필요한데 내 나이 벌써 삼십 대 중반을 넘어서서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더구나 애초부터 넉넉한 환경이 아녀서 늘 궁핍하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해서 맘 편히 꿈이나 갈고 닦을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종일 틀어박혀서 글이나 쓰고 그림이나 그리고 영상이나 만들어 내는 생각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그런 일로 돈을 벌고 싶은데 아직 한참 갈고닦을 실력으로 어떤 회사에 가서 돈을 받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실제로 받아주지도 않았다.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진입장벽도 낮고 비교적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주특기를 살려 영업일을 해야 하는데 막상 돈을 벌며 일에 찌들다 보니 점점 꿈은 멀어지는 것 같고 신발에 들어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영 거슬리는 것처럼 참 까끌까끌한 심정이었다.


' 하... 모르겠다 모르겠어 ~ ! '


신경질적으로 주차를 하고는 괜히 문을 쾅 닫아버렸다.

출근해서도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 아니... 학교 다닐 때나 좀 이렇게 고민해 볼 것이지... 다 늙어서 허구한 날 꿈 타령! 나도 참 답도 없다. '


모르겠다고는 했지만, 등 떠밀려 온 직장이 신발 속 작은 돌멩이 같은 존재가 된 것을 깨닫게 된 후로는

내내 필사적이었다.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말이다.


일하는 내내,


' 하... 어떻게 하지 ?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벗어나고 싶어~~~ 플리즈~~~'


오전 업무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숨만 120번은 쉰 듯하다.


터져버릴 것 같은 답답한 마음에


' 안 되겠다! 커피숍 가서 늘어지게 책이나 보다 와야겠어 '


점심시간 12시가 되자마자 책 한 권 들고 막 사무실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이 묻는다.


" 언니! 언니는 무슨 책을 그렇게 매일 봐요? 매번 읽을 책이 있어요?"

"아... 한 달에 두 번씩 북클럽 모임을 하거든요. ”


동공이 흔들린다.

동공이 흔들리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서점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은 도대체 어디 가야 만날 수 있는 걸까 싶게

내 주변엔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매일 책을 옆에 끼고 다니는 것도 유별난데 북클럽이라니.


“ 아... 그러다 글까지 쓰겠어요? ”


약간의 빈정거림이 들어간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 네... 안 그래도 지금 쓰고 있어요 ”

“ 와 대박! 언니는 일하랴 육아하랴 시간도 없을 텐데... 진짜 대단하네요 ”

“ 뭘요... 좋아서 하는 거니까. 남이 시켜서 하는 거면 못하는데 내 꿈이니까요 ”


사무실 문을 닫으며 시무룩하게 말을 이어가는 여직원.


“ 하... 나도 꿈이 있으면 좋겠다 ~!"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은영 씨 꿈을 찾아봐요 "


다급히 손사래 치는 은영 씨.


“ 워~ 싫어요 싫어 ~! 누가 찾아주면 모를까, 머리 아픈 거 딱 질색! 점심 맛있게 먹어요. 언니 !"


은영 씨와 골목에서 헤어진 뒤 커피숍 창가에 앉아 은영 씨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꿈을 누가 대신 찾아준다...? 편하긴 하겠다만 그 꿈은 진짜 자기 꿈이 아니지! '


머리 아프고 힘든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오롯이 본인이 견뎌내야 하는 시간인데... 고독하고 치열하게 자신과 대화하며 알아가야 하는 시간... 힘들지만 지나고 오면 그만큼 성장한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때 불쑥.

고양이가 주고 간 퀘스트 알림처럼 뭔가가 띠링! 마음을 울렸다.


- 정말? 누가 찾아 줄 수는 없는 거야?


' 에이~ 안돼 안돼~!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과 고민을 거쳐야 한다고! 100% 혼. 자. 서 말이야. ! "


- 아... 그래? 100%? 단 1%라도 누가 도와줄 수는 없는 거야?


' 응? 1%? 그 정도야 도와줄 수는 있겠지. 나는 혼자서 찾아가고 있지만 '


- 그래? 그렇다면.. 그 1% 네가 도와줄 수는 없을까?


' .... 응? '

.

.

.

이상한 울림이 지나가고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며 괜스레 눈물이 나왔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슴 한구석 억눌린 느낌도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답답한 상황도 아녔다.

나를 가장 처량하고 슬프게 했던 건 외로움이었다.


1%의 응원만 있었더라도.

1%의 힌트만 주었더라도.

1%의 공감만 있었더라도.


나는 조금 더 당당하고 조금 더 힘이 났을 것 같다.


그래! 못 할 건 뭐야?

나처럼 중학교 때부터 이상한 자아 찾기 꿈 찾기가 찾아오는 바람에 학창 시절을 통으로 날린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

나처럼 간절하게 꿈을 찾아 수십 년간 억눌린 열정을 갖고 살았던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


내가 그들의 1%가 되어주자.

나처럼 서럽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1%만이라도 나눠주자.

결심했다.


머리 아픈 거 딱 싫어하는 은영 씨를 위해 대신 머리 아파 줄 수는 없지만, 옆에서 손잡아 줄 수는 있지 않을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나눠주고 응원해주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

공원이나 바닷가, 하물며 운동장에도 배달이 되는 민족이 아니던가 !

까짓거! 꿈도 배달이 안될 건 뭐람 ?


동공이 흔들리던 은영 씨가 게임 속 퀘스트의 힌트 주는 NPC였을까?


이제 막 솟아난 힌트 하나를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쓱 품 안으로 갈무리했다.

조만간 얻어낼 다른 힌트들과 함께 버무려질 그날을 기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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