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하향 곡선인 아이에 대해 생각한다
간만에 해가 났다.
여지없이 오후부터 비소식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오전에 해가 반짝 떴다.
어제는 마지막 10월 모의고사
평가원이 아닌 교육청 출제 모의고사
수능 최저가 필요없는 학생들은 어제 많이들 결석했다. 여학생들 중에는 18명이 등교하지 않은 반도 있다고 했다.
아이의 10월 모의고사 성적은 그저그랬다.
9월 모평에 비해 국어와 영어가 올랐고 수학은 내려갔다. 수학의 하락이 거슬렸다.
10월 모의고사 결과보다 더 상심이 컸던건 9월 모평의 성적표를 이제서야 받아보았다는 것이다.
9월 말쯤 나왔을텐데,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의 수학 등급컷이 예측된 것에서 한단계 내려가 있었다. 실제 수능에서도 그럴수 있다고 했었다. EBS를 비롯한 각종 입시 관련 사이트에서 제시되는 등급컷 예측이 1~2점 차이로 변동될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9월 모평으로는 수능 최저를 맞추는게 힘들어졌다.
아마도 아이는 이 사실을 알고 9월 모평 성적표를 추석전에 내게 보여주지 못했을것이다.
자신도 불안하고 당황했겠지....수능 최저를 못맞춘것이 처음이니까.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해서
수능 최저를 못맞추게 된 사실에 당황하고, 엄마한테 성적표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혼자서 힘들어하면서도
밤새도록 신나게 친구랑 게임을 하고, 우리집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롤 게임에 자주 방해가 된다고 투덜되고..ㅋㅋㅋ....그래....네가 진작에 반성하고 태도를 바로잡는 사람이었다면 3학년에 올라와서 이토록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았겠지.
3학년 올라와서 하락세인 아이의 성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신도 모의고사도 2학년때까지는 줄곧 상위권이다가, 3학년 올라와서는 모두 곤두박질.
이제는 수능최저 가능성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라니.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10월 중순쯤 되면, 아이를 향한 분노가 바같이 아니라 안으로 향하게 된다.
나의 분노로 아이가 각성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은 절반쯤의 포기.
큰 소리로 성질을 낼수 없으니 대신해서 내 심장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가까스로 분노를 삭여내며 아이를 불렀다.
'이 상황이면 실제 수능에서 국어도 수학도 1~2점 차이로 등급이 내려가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할것 같아. 그러면 네가 3년 동안 노력해서 받아놓은 내신 성적이 다 물거품이 되는거야'
아이는 고개만 끄덕끄덕
유튜브에서 입시 전문가가 수능 한달전 멘탈 부여잡기에 대해 말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수능 전 멘탈이 나가기 가장 좋은 상황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같은 전형으로 지원한 다른 친구는 합격했는데, 본인은 불합격한 경우라고 하더라. 특히 합격한 친구가 나보다 성적이 더 낮은 경우엔 더더욱. (이런 경우가 흔하게 일어납니다. 학종에서는)
'이런 경우라면 저라도 멘탈이 나갈겁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멘탈을 부여잡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특히 요즘은 부모님들의 멘탈도 같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시면 안됩니다. 아이에게 공감해주는것도 좋지만,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면 아이는 걷잡을수 없이 무너집니다. 누구보다 부모님들이 멘탈을 부여잡고 계셔야 합니다'
그 시절은 다 그랬듯이, 나의 엄마는 젊은 엄마였다. 내가 고3때 엄마는 고작 43세.
당시 엄마는 전업주부였지만, 내밑으로 동생이 둘이나 있었고, 내 기억으로 엄마는 입시나 교육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스타일도 아니였다.
담임과 상담 후에 수능 성적에 맞춰 가~라 군의 대학에 지원했다. 그때는 원서를 동인천의 대한서림이라는 서점에서 구입했다. 자필로 작성했고, 각 대학에 직접 가서 접수했다. 원서 접수를 하러 갈때마다 사촌언니를 대동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 과정에서 항상 엄마는 한발자국 비껴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다르지 아니한가.
근무하는 학교의 한 학생은 담임과 수시 상담을 7번이나 했다는데, 오히려 특별한 케이스이다. 학부모의 관심이 높은 학생일수록 오히려 담임은 한발자국 비껴나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의 자녀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학원정보가 많은 엄마를 돼지엄마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개인이 지닌 학습 능력 안에는 지능과 환경(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태도가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오로지 태도만 강조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자녀의 성적이 자신보다 낫기를 바라기에 자신의 유전자와 환경적 지위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입시가 학부모와 학생이 코치와 선수로서 함께 치르는 운동 경기가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선수의 메달은 선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코치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선수인 학생의 멘탈이 바사삭 부숴지면, 코치인 부모의 멘탈도 무너지기 쉽상이다.
고로 이제부터 나는 나의 멘탈을 부여잡아야한다.
85명 선발에 1300명 가까이 지원한
6월 모평 성적표도 수상 경력 증명서도, 봉사 활동 증명서도 제출하지 않은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지 않은가.
검허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오늘부터 나의 멘탈을 부여잡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