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빌어요!

독일 산부인과 방문기

by 라즈베리

"언니, 언니도 병원에 가보는 게 어때?"


아는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생은 올해 결혼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기 전에 단순히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는데 자궁에 근종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 나도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데, 달갑지만은 않은 제안이었다. 내 몸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보라는 거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의 작은 마음으로 인해 동생의 진심 담긴 조언을 오해할 것 같았다.


"그래? 나도 가볼게. 독일에서 병원 가는 게 그렇게 쉽지 않은데 말나 온 김에 예약해봐야겠다."


병원에 예약을 잡았다. 내가 살고 있는 독일은 어느 병원이든 예약이 쉽지 않다.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산부인과는 코로나로 인해서 더 이상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와 새로운 환자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시내에 있는 조금 큰 산부인과는 어플을 사용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가장 빠른 예약이 한 달 후였다. 한 달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임신 시도를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꽝이었다.


산부인과에 가는 날.. 혹시나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어떡하지? 불안한 마음을 품은 채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이름을 말하고 내 보험 카드와 몇 가지의 문답지를 쓴 후에 대기방에 들어가서 앉아 있었다. 리셉션에 앉은 간호사가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Frau LEE!" "이 씨 여자분!" 의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 친절한 의사의 목소리에 그동안의 불안감과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결혼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기가 안 생겨서 검사를 받으려고 왔어요."

"아직 2년이면 괜찮아요. 자궁 초음파와 유방 검진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하지만 이 부분은 보험으로 커버가 되지 않기 때문에 70유로 정도는 따로 청구가 될 거예요."


70유로가 대수일까.. 검사해서 내가 건강하다는 것만 알게 된다면 얼마라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선생님께 초음파를 받고 있자니 내가 뭘 하고 있나 나는 누구인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선생님은 다시 옷을 갈아입고 책상으로 오라고 하셨다.

"모든 게 정상이에요. 자궁 안은 깨끗해요. 걱정 말고 조금 더 시도해봐요"

"혹시.. 근종이나 혹은 없나요?"

"네. 아무것도 없어요. 다음번엔 임신해서 진료받으러 오세요! Ich drücke Ihnen die Daumen! 행운을 빌게요!"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햇살에 빛나는 마인 강물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검진에서 모든 게 괜찮다고 했으니 다음 달엔 꼭 아기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지친 마음을 뒤로한 채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힘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