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가 99프로라며!

by 라즈베리

결혼식날 폐백에서 아주버님은 우리에게 덕담을 해주셨다. "결혼 축하드려요! 얼른 아기 낳아서 우리 집에 쌓여있는 애기 물품들 다 가져가기 바라요!" 나는 3년 전 봄에 결혼을 했다. 적어도 그 해 가을 즈음에는 아주버님 집에서 육아용품을 받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아직도 그 물건들은 아주버님 집 지하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


산부인과 검진을 다녀온 후 긍정의 기운으로 임신 시도를 했다. 주말 아침, 생리 예정일이 다 되어 가길래 한국에서 가져온 테스트기를 사용해봤다. 늘 그렇듯 한 줄이 나올 것을 알기에 결과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책상 위에 던지듯 두고 아침을 먹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침도 먹고 슬슬 집 정리를 했다. 책상 위에 둔 테스트기를 버리려고 보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희미한 두 줄이 보였다. 희미하긴 하지만 이건 정말 명백한 두줄이었다.


"오빠!! 나 임신인가 봐!"


남편은 테스트기를 보고 눈물을 글썽였다. 두 줄이 나오니 괜히 배도 아픈 것 같고 오후에 마트에 가는 일정조차도 아주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저녁엔 조금 더 진하게 나온다는데... 한번 더 해볼까? 아냐 참고 내일 아침에 해볼까?' 세상 심각한 고민 끝에 저녁에 한번 더 해보기로 했다. 나도 인터넷에 흔하게 보이는 임신테스트기 그라데이션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테스트기를 뜯어 화장실로 갔다. 조금 더 선명한 두 줄을 기대했는데 1분, 2분, 3분... 아니 5분이 지나도 한 줄만 보일 뿐이다. 이리저리 형광등 아래, 핸드폰 플래시 아래에 비추어 보았지만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맘 카페를 찾아보니 초기에는 소변의 농도에 따라서 오전에는 두줄이 보이지만 저녁에는 한 줄만 보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리는데 테스트기 오류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오류? 이게 오류가 있다고? 내가 그 희박한 확률에 당첨이 되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밤 새 가지 않는 시간을 겨우 보내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테스트기를 다시 해봤다. 그 어떤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명백한 한 줄이었다. 로또 당첨만큼 희박한 확률의 불량 테스트기에 당첨된 것이다. 어제 느낀 배 콕콕 통증은 진짜 통증이 아니라 이 오류 임신테스트기가 만들어낸 나의 가짜 행동이라고 생각하니 어이도 없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 내 뱃속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 테스트기가 제대로 결과만 나왔더라도 우리 부부는 어제 평범한 즐거운 주말을 보냈을 텐데... 그 어느때보다 슬픈 월요일을 맞이했다. 테스트기에 농락당한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어제 아침 두줄이 나왔던 테스트기를 보고 또 봤다. 이게 진짜 두줄이 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쁨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나를 바라보던 남편의 얼굴이 스쳐갔다. 늘 괜찮다고 했지만 남편도 아기를 간절히 바랬나 보다.


이번 달도 꽝이다. 더블 꽝이다. 마음이 너무 쓰렸다. 우울함이 내 마음을 노크하고 있었다. 잠시나마 설레었던 나의 마음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기쁨에 높이 올라갔던 내 마음이 힘없이 바닥에 쿵 떨어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생리가 찾아왔다. 참 규칙적이기도 하다. 생리통으로 배는 너무 아픈데 밤늦은 시각 식탁에 앉아 누구에게도 공유할 수 없는 이 쓰린 마음을 맥주 한잔과 노가리 하나로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