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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베리 Jun 27. 2024

독일 어린이집, 이거 맞아요? 충격의 첫인상

키타 자리를 받아도 걱정 못 받아도 걱정

오늘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되면 드디어 우리 아기가 어린이집에 정식 일원이 된다! 전화로 이메일로 아무리 자리가 확정이라 해도 계약서에 싸인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안내문에는 대학교 캠퍼스에 가장 중앙에 위치한 건물이라고 적혀있었다. 학교의 한가운데 있지만 늘 시선조차 주지 않았던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작은 규모의 3층 건물이었다. 벨을 누르려고 문 앞에 서니 위층 출입구에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맞이해 줬다.


원장 선생님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은 느낌이었다. 3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선생님은 한마디 한마디를 나눌 때마다 밝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첫인상만으로도 우리 아이를 잘 돌봐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자! 오늘 서명할 서류가 무지 많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엄마 아빠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는 서류를 시작으로 2024년 6월 1일부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닌 다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알레르기가 있는지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선크림을 사용해도 되는지 아이를 데리고 바깥 활동을 해도 되는지 선생님이 아이의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등의 7-8가지 서류에 싸인을 했다.


서류는 모두 2부로 하나는 유치원 보관용 하나는 부모보관용으로 똑같은 서류에 두 번씩 싸인을 해야 했다. 그 동은 아기는 바닥을 기어 다니며 집에서 가져온 자동차 장난감을 굴리기도 하고 선생님이 준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와 대화를 하면서도 아이가 옹알이를 하고 뭔가를 표현할 때마다 호응해 주는 선생님의 노련한 모습에 감탄했다.


거의 한 시간이 걸려 모든 서류 작업을 마치고 어린이집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다.


“이곳은 에밀피클러의 교육관을 따르는 어린이집이에요.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이방에서 자신이 원하는 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8시 반에 아침, 10시 50분에 노래 부르기. 11시에 점심, 오후 2시에 간식을 먹는 스케줄입니다. 낮잠시간은 따로 없고 아이들이 원할 땐 언제든지 잠을 잘 수 있어요. 졸릴 때 잠을 자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니까요. 아이들은 자느라 밥시간을 놓칠 때는 따로 빼놓고 일어나서 먹을 수 있게 해 놓아요. 저희는 될 수 있으면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모든 대화를 마친 후에 어린이집 교실을 둘러보러 갔다. 오후 두 시 정도가 되었는데 유치원이 너무 조용하다!! 동요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이 조잘조잘거리는 내가 상상하는 유치원의 모습과 너무 다른걸!!!


원장선생님이 노크를 하고 교실 문을 열었다. 하얗게 휑한 벽, 연두색과 초록색 사이의 칙칙한 색의 카펫 하나 없는 휑한 바닥에 나뒹구는 원목 장난감 몇 가지… 그리고 벽에 기대앉아서 수다 떠는 선생님 두 명과 칫솔을 들고 걸어 다니는 3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 하나… 솔직한 내 마음은 정말 충격이었다. 이게 유치원이라고? 창문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고 벽에는 알록달록 색지로 예쁘게 꾸며진 벽에 재잘재잘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내 상상의 발끝조차 따라오지 못한 현실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선생님은 늘 있는 일상이라는 듯 너무 자연스럽게 “안녕! 나는 여기 선생님 누구누구야”라고 소개를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다른 교실로 넘어갔다. 어두컴컴한 교실에 딱딱한 의자 몇 개 그리고 아까 보여준 교실과 마찬가지로 휑한 하얀 벽에 초록색 바닥… 이 교실은 아직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늘어나면 이곳도 사용예정이라고 한다.


“유치원이 엄청 조용한데요?”


“지금은 점심 먹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어서 조용하답니다. 오전 시간에는 아이들이 활발히 놀아서 지금보다 시끄러워요. (미소)“


친절하고 노련한 원장 선생님을 보며 안심했던 마음이 교실과 교실에 철퍼덕 앉아있는 선생님들을 보며 심란한 마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 여기에 보내는 게 맞는 걸까? 아무 프로그램도 없이 자유로운 하루를 보낸다는데 그럼 집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나은 거 아닐까? 대학 부설이라 그래서 중간은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공부하는 엄마 아빠들의 아기를 시간 때우기로 봐주는 건가?


여기 아니면 보낼 곳도 없어서 선택의 여지도 없지만 괜히 내 욕심에 우리 아이가 이런 삭막한 곳에서 영아기를 보내는 건 아닌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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