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번 학기
이번학기는 유난히 길었다. 똑같은 16주 과정이지만 중간에 크리스마스 방학도 끼어있고 학교 시스템 문제로 개강도 몇 주 미뤄졌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으로 갈수록 어찌나 지치던지... 달력을 보며 지겹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번 주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주다. 데이터베이스는 월요일 수업에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끝내기로 했고, 영어 수업은 마지막 시험 대비를 해준다고 하셨다. 다행히 지난주 목요일 이후로 데이터 베이스 시험공부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론은 얼추 알겠는데 연습문제 푸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풀이과정에 확신이 없었다. 월요일 수업에 가기 전에 도서관에 들려서 최대한 진도를 빼봤다. 수업시간에는 개별적으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궁금했던 것들을 다 풀고 올 수 있었다. 휴 다행이다.
오늘도 앞으로는 미리미리 예습 복습 해야지라고 지켜지지 않을 다짐을 해본다.
학기 초부터 여유로운 수업으로 좋음과 싫음이 공존했던 영어 수업은 이번 주에 시험 대비를 해주기로 해서 오후 5시 45분에 맞춰서 왔더니 10분을 기다려도 교수님이 오시지 않는다. 아무런 공지사항도 없었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끼리 눈을 마주쳤다. 20분째 기다렸다. 여기저기 한숨 소리가 들리고 한두 명은 자리를 떠났다. 30분이 되었다. 나도 자리를 뜨려고 마음먹었다. "안녕! 나는 이제 가볼게!" 안면이 익은 친구에게 말했다. "나도 이제 가야겠다" 다들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왓츠앱이 울린다! "교수님 왔어!" 휴... 다시 강의실로 뛰어갔다. 다른 기다리던 학생들은 사라지고 교수님 혼자 계셨다. "혹시 오늘 수업은 어떻게 되나요?" "아.. 미안해요. 내가 교수 회의에서 늦게 끝났는데 공지할 수 있는 틈이 없었어요. 캠퍼스 웹사이트에 올린 문제 유형 잘 보고 시험에 온다면 문제없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한 학기 동안 감사했습니다." 속은 부글부글 했지만 얼른 뛰어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아까 기다리던 트램에 올라탔다. 이제 진짜 한 학기가 다 끝났다. 학기 초엔 영어 수업이 끝나면 깜깜한 밤이었는데 이제는 해가 길어져 푸른 어스름이 깔린 초저녁 같은 느낌이 든다. "한학기 동안 수고했다!!" 나 자신에게 세미 축하를 보냈다.
독일은 한국과 다르게 시험 스케줄표가 따로 나온다. 종강은 2월 초에 했지만 데이터 베이스랑 영어 시험이 2월 26일과 27일로 정해졌다. 앞으로 거의 한 달간의 시간이 생긴 셈이다. 시험 날짜가 공지되고 나니 도서관에 자리가 없다. 보통 독일 학생들은 점심시간으로 자리를 비울 때도 자리를 맡아놓지 않는데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로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빼지 않고 중요 소지품만 가지고 학생식당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처럼 노트북이 즐비하게 놓여있고 어떤 학생은 핸드폰도 두고 갔다. 잠시 여기가 한국인지 독일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나는 그렇게 다녀오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프린트 물과 노트만 두고 나갔다 왔다. 하지만 하찮아 보이는 프린트물에도 수업시간에 필기한 것과 공부한 것들이 모두 들어 있어서 누가 치우기라도 한다면 큰일일 물건들이었다. 그래서 밥을 최대한 빨리 먹고 다시 되돌아가기를 며칠 반복했더니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고 오후에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게 힘들었다. 그렇다고 도서관을 안 갈 수도 없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소화불량에 시달려서 신경이 예민해질 즈음 다행히 시험을 치른 과목들이 많아져서인지 도서관에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리 맡기도 수월해졌다. 휴 시험이 하루 이틀 빨랐으면 좋았을 텐데 이 늦은 시험 날짜가 야속했다. 시험이 끝난 다음날 한국에 갈 예정이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 땅을 밟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공부하느라 힘들었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지겨워질 즈음엔 한국에 가서 하고 싶은 것들 리스트를 세우기도 하고 날씨 어플에서 서울을 검색해 보며 어디를 놀러 갈지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데이터베이스는 세번 정도 돌려봤고 영어는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 위주로 봤다. 하아 단어가 엄청 안외어진다. 챗 지피티한테 단어 올리고 외울 수 있도록 퀴즈 내달라고 해서 몇번 했는데 그래도 머릿속에 안들어오기는 마찮가지다. 이제는 더 할 힘도 없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했더니 남편이 나를 중재시킨다. "목표가 뭐야?" "그냥 패스하는거? 3이상 받는거? (3=C, 2=B, 1=A 정도로 변환이 된다)" "패스 못할거 같아?" "아니 그건 아닌데 원래 하던거만큼 공부가 안되네" "목표는 패스니까 마음 편히 가져"
그래!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