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미소를 짓는 것도 실력이다.
어떤 유튜버가 이런 말을 했다. 연애 관련 유튜브 채널이었는데, 상대방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스킬이 바로 '나의 기분을 항상 좋음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이 며칠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 기분을 '좋음' 상태로 유지한다? 기분 나쁠 일이 이렇게 많은 세상살이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그래서 나는 올해 초에, 2025년 한 해 동안 이 가설을 검증해 보기 위해 내 삶에서 실험을 해보았다.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오면 속으로 '응 아니야 나한테 오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피했다. 조금 언짢은 일이 생겨도, 일부러 사람들한테 다 들리게 오버해서 "아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런 일이 생기나, 하하하!"라고 외쳤다. 결과적으로, 확실히 도움이 된다. 기분 관리는 단순히 나의 멘털 케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경제적 효용 가치가 있었다.
기분은 태도가 되고, 태도는 행동을 바꾸며, 나의 행동이 내 가치를 결정한다. 이 말이 처음엔 뻔한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소름 끼칠 정도로 맞는 말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급한 업무 요청이 5개나 쌓여있다고 가정해 보자. 스트레스가 확 밀려오더라도,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뭐 하나씩 처리하면 되지' 하고 넘어가 보자. 마음이 차분해진다. 점점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으로 느끼게 된다. 자연스럽게 당신은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 여유롭게 자기 할 일을 야무지게 해 내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고, 나의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새 프로젝트나 좋은 아이디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하루는 반대로 똑같은 상황에서 "아 진짜 언제 다 하지"라고 한숨을 푹 쉬며 하루를 시작했다. 동료가 추가 업무를 부탁했을 때도 "지금 너무 바빠서요"라고 퉁명스럽게 답했고, 점심시간에도 혼자 급하게 먹었다. 동료들도 뭔가 내 주변을 피해 가는 것 같았다.
똑같은 업무량인데 내 기분 하나로 하루가 이렇게 달라진다고?
더 소름 끼치는 건 이게 누적된다는 거다. '여유로운 사람'으로 기억되면 중요한 회의에 불려 가고, "바쁘고 예민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점점 소외된다. 몇 개월 뒤 조직개편, 혹은 연봉협상 시즌에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떻겠는가? 실력이 비슷한 사람이 열 명 있으면, 상사는 그중에서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을 고른다. 이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내 '기분 관리'로 만들어갈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을 바꾸는 건 어렵지만, 기분 좋은 건 연습으로 된다. 그리고 내가 나의 기분을 '적당한 수치로 관리'할 수 있으면, 그것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
이 사실을 깨달은 건 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보며 한숨 쉬던 순간이었다. "또 이렇게 썼나?" 하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내 지출 내역에서 가장 비싼 항목이 명품도 여행도 아닌 '나쁜 기분'이었다.
병원비 12만 원, 야식 배달 8만 원, 충동구매로 산 옷 15만 원, 불면증 때문에 먹은 수면영양제 3만 원. 계산해 보니 38만 원이 나왔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이 모든 지출이 하나같이 '기분이 안 좋았던 날'과 정확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사한테 짜증 났던 날 폭식했고, 동료와 갈등이 있던 날 쇼핑몰을 뒤졌고, 생리 전 예민했던 날 병원에 갔다. 패턴이 너무 선명했다. 내 기분이 망가질 때마다 지갑도 함께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쁜 기분의 숨겨진 비용들
스트레스는 매달 빠져나가는 관리비 같은 존재다. 완전히 안 낼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액수를 정확히 모른 채 그냥 내고만 있다. '직접비용'부터 보자.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먹는 진통제, 불안해서 가는 병원, 화나서 시킨 배달음식, 우울해서 산 옷들. 이런 것들은 그나마 눈에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짜증 내는 10분 동안 할 수 있었던 일들, 부정적 감정에 빠져 놓친 네트워킹 기회, 스트레스 때문에 떨어진 업무 효율성. 이건 계산조차 어렵다. '관계비용'도 만만찮다.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주변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그로 인해 멀어진 사람들, 놓친 기회들. 생각해 보니, 스트레스를 소화하는 비용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다짐했다.
"돈 값 하는 스트레스는 받겠다!
하지만 돈도 안되고 도움도 안 되는 쓰잘 떼기 없는 스트레스는 거부하겠다!"
'기분 좋음'을 유지하는 것의 경제적 가치
그런데 이 '기분 관리'가 실제로 얼마나 경제적 효과가 있을까? 6개월간 실험해 본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일단 지출부터 달라졌다. 예전엔 스트레스받으면 배달음식 시키고, 짜증 나면 온라인 쇼핑하고, 우울하면 카페에서 비싼 디저트 먹으면서 돈을 썼다. 한 달에 평균 35만 원 정도가 이런 식으로 나갔다.
그런데 기분을 '적당히 괜찮게' 유지하니까 충동적인 지출이 확연히 줄었다. 스트레스성 쇼핑도, 야식 배달도, 감정 해소용 카페 방문도 거의 사라졌다. 한 달 지출이 10만 원대로 떨어졌다. 월 20만 원 이상 아낀 셈이다.
수입도 달라졌다. 기분 좋게 지내니까 동료들이 협업을 더 많이 요청했고, 자연스럽게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늘었다. 상사도 "요즘 에너지가 좋네"라며 추가 업무를 맡겨줬는데, 이게 다 연봉 협상 때 어필 포인트가 됐다.
더 직접적으로는 병가도 줄었다.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병원 가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컨디션이 좋아서 아픈 날 자체가 줄었다. 연간 병가 8일에서 2일로 감소했다.
계산해 보니 월평균 37만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 연간 444만 원.
"기분 관리 한다고 해서 돈이 늘어나나?" 했는데, 정말 늘어났다.
내 기분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기분이라는 걸 날씨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비가 오면 우울하고, 상사가 기분이 나쁘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나빠지는 게 당연하다고. 주어진 상황이나 타인의 기분은 내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내 기분은 완벽한 통제는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내가 충분히 '적당한 기분 좋음 게이지' 만큼은 관리할 수 있다. 적어도 오늘을 '나름 괜찮은 하루로 만들자'는 생각은 쉽게 해 볼 수 있는 시도다. 실제로 의도적으로 기분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뇌를 들여다보니, 스트레스 반응이 실제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니까 "기분 좋게 지내야지"라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뇌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실성이다. 매일 텐션 높게 기분 좋을 필요는 없다. 그런 건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솔직히 피곤하다. 목표는 '적당히 괜찮음'이다. 완벽한 기분 좋음이 아니라 '적당히 괜찮음'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
상사가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저 사람 문제지, 내가 화낼 일은 아니네"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월급 주는 곳이지, 내 감정을 투자할 곳이 아니니까. 그리고 친구가 하소연할 때는 "네가 힘들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그게 내 문제는 아니야"라고 경계선을 긋는다. 다른 사람의 문제 해결사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사소하게 기분 나쁜 상황들, 예를 들어 배달이 늦어지고, SNS를 보다가 지인들과 나를 비교하고,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이 나빠지려고 할 때는 '이런 일로 기분 나빠할 시간에 차라리 책을 한 장 더 읽자'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이거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는 감정을 쓰지 않는다. 그 에너지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그게 전부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한다.
타인의 기분에 휘둘리지 않는다. 상황이 내 감정을 결정하게 두지 않는다. 이것은 자기 계발이 아니라 경제적 선택이다. 가장 확실한 ROI를 보장하는 투자다. 기분 관리를 안 하면 어떻게 될까? 계속 스트레스성 지출로 돈 세고, 승진에서 밀리고, 사람들이 피하는 사람이 된다. 반대로 기분 관리를 하면? 돈도 아끼고, 인정도 받고, 기회도 늘어난다. 1년 후, 승진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실력이 아니라 기분 관리에서. 자본주의는 잔혹하게 정확하다. 기분 좋은 사람이 이긴다. 그리고 당신도 충분히 그 사람이 될 수 있다. 오늘부터 '적당한 기분 좋음'을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