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과 상사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중간관리자들을 위한 실용 지침서
리더, 팀장, 파트장, 셀장. 모두 '중간 관리자'를 부르는 명칭이다. 중간 관리자란 책임은 막중한데 권한은 애매하고, 상사의 압박과 팀원의 불만 사이에서 성과도 내고 사람도 챙겨야 하는 역할이다.
실무를 알려줄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좋은 팀장,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왜 그런 걸까?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 처음 앉게 된 사람들에게 아무도 제대로 된 가이드를 주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도 모르기 때문이다.
선배 팀장들도 대부분 '시행착오'와 '감'으로 버텨왔을 뿐이다. 리더십은 마치 타고나는 재능이나 저절로 생기는 능력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이 거의 없다. 그저 부딪히면서 깨진 상처들과 "그때는 이렇게 했는데 됐더라"는 식의 단편적인 경험담만 있을 뿐이다.
결국 현실에서는 아무 준비 없이 던져진 사람들이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래서 새내기 팀장들은 혼란스럽다.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 "나보다 경력 많고 나이도 많은 팀원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지?" "내가 겪어본 리더십은 다 별로였는데, 나는 뭘 해야 하지?"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 글은 그런 당신을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다. 완벽한 리더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대신 샌드위치처럼 끼인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고 버텨내는 방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방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불안감과 부족함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사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좋은 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팀원들은 모든 걸 다 안다고 우기는 상사보다,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사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당신이 팀원이었을 때를 말이다. 명백히 모르는 걸 아는 척하면서 어설픈 지시를 내리는 상사와, "이 부분은 내가 잘 몰라서, 너희 의견을 듣고 싶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상사 중 누가 더 믿음직했나?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팀원들은 생각보다 눈이 밝다. 상사가 허세를 부리는지, 진짜로 역량이 있는지 금세 알아챈다. 특히 자기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새내기 팀장들은 이상하게도 "모든 걸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마치 모르는 걸 인정하면 권위가 땅에 떨어질 것처럼.
하지만 팀장의 진짜 역할을 생각해 보자. 팀장은 모든 일을 혼자 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팀원들을 잘 매니징 해서 그들의 잠재력을 최고치로 끌어내는 사람이다. 왜? 팀 전체의 성과가 곧 팀장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팀장이 "내가 제일 잘나"라며 혼자 독주하면 어떻게 될까? 나머지 팀원들은 벙쪄서 구경꾼이 되거나 길을 잃는다. 반대로 팀장이 "알아서 잘해봐"라며 너무 방임하면? 마찬가지로 팀원들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헷갈려하고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팀장의 핵심 역량은 '모든 걸 다 아는 것'이 아니라 '팀원 각자가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오히려 겸손해야 한다. "내가 이 분야는 부족하니까, 이 프로젝트는 네가 리드해 줘"라고 말할 수 있는 팀장을 팀원들은 존경한다. 왜? 자존심보다 팀의 성과를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느끼는 "내가 부족해"라는 마음을 숨기려 하지 마라.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만들어라.
실제로 조직심리학 연구에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리더가 자신의 취약성을 적절히 드러낼 때, 팀원들이 그 리더를 더 신뢰하고 팀워크가 향상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완벽한 리더보다 인간적인 리더를 사람들은 더 따르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나도 모르는 게 많고, 실수도 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리더 밑에서 팀원들은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해보겠다. 첫 팀 미팅에서는 거창한 비전을 제시하려 하지 마라. 대신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텐데, 나도 배워가면서 할 거니까 의견 많이 나눠달라"라고 솔직하게 말해라. 나이나 경력이 많은 팀원에게는 권위로 찍어 누르려하지 말고, 먼저 그들의 경험을 인정하고 활용하라. "이 분야는 선배님이 저보다 훨씬 잘 아시니까, 조언 부탁드려요"라는 한 마디가 적대감을 동료애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첫 번째 "안 된다"를 말할 때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라. "회사 방침상 안 돼"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라고 말하는 게 낫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함정들이 있다. 새내기 팀장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부터 알아보자. 첫째, 팀원들과 친구가 되려고 하지 마라. 팀원을 대할 때는 '난로'를 생각하면 된다. 너무 가까우면 불에 데어서 화상을 입거나 타버리고, 너무 멀어지면 추워서 얼어버린다. 각 팀원마다 적절한 난로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가까운 거리에서도 괜찮지만, 어떤 사람은 좀 더 거리를 두는 게 서로에게 편하다.
둘째, 80점만 해도 충분하다는 걸 받아들여라. 팀장이 되면 모든 업무를 자기가 직접 했을 때의 100점 퀄리티로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팀원이 한 80점짜리 결과물을 90점으로 올리려고 3시간 더 쓰느니, 그 시간에 다른 팀원 도와주거나 다음 업무 계획 세우는 게 낫다. 완벽한 한 개보다 괜찮은 세 개가 팀 전체에는 더 도움이 된다.
셋째,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묻는 팀원에게 답을 알려주지 마라. 대신 "어떻게 생각해?"라고 되물어라. 답을 바로 알려주면 그 순간은 빠르지만, 다음에 또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팀원이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당신 시간을 절약해 준다. 처음엔 답답하겠지만, 이게 진짜 팀원을 키우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팀장이 되신 당신에게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전한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막막함과 불안감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좋은 팀장이 될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나는 아직 부족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는 이미 완벽해"라고 착각하는 사람보다 훨씬 멀리 갈 수 있다. 완벽한 팀장이 되려고 하지 마라. 대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팀장이 되려고 노력해라.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라. 팀원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라. 그리고 가끔은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를 가져라. 당신은 이미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다. 그럼 오늘도,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