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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Apr 29. 2024

내 우주가 3 ×4 사이즈 안에 들어갔다.

입학원서


어린이집 입학원서를 다 쓰고 한 참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 딸이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순간.


넘버링이 되고 소트가 되기 위해선 기호가 필요하다. 학급명렬표를 다운로드해 엑셀에서 학급 번호를 기준으로 '오름차순으로 정렬', 이름을 기준으로는 'ㄱㄴㄷ순서로 정렬'하던 때가 떠올랐다. 원아식별을 위한 여러 장치들이 눈에 들어오며 춘이가 정렬 가능한 '학생 1'의 위상을 갖게 되었음이 실감 났기 때문이다.


관리 주체가 관리 대상에게 부여하는 당연한 기호임을알고 있지만, 기분이 묘했다. 동시에 10년 동안 나를 거쳐 간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얼굴들이 떠올랐다.


증명사진을 규격에 맞게 찍고, 인화해서 붙였더니 '사람 1' 느낌이 난다. 오늘, 나의 춘이는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춘아, 사회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해.


초등학교 입학식. 강당 뒤쪽에 가득 메워 선 학부모들이 종종 눈물을 흘린다. 나는 몰랐다. 왜 눈물이 나는지. 졸업식도 아니고 입학식인데 왜 눈물이 날까? 조금은 의아했다. 경험의 한계로 '키우느라 많이 힘드셨나 보다.' 정도로 해석했다.


시간이 흘러 춘이가 자기 몸 만한 가방을 메고 강당 의자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떠올려본다. 나도 똑같이 눈물이 날 것 같다. 키우느라 고생한 세월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열 맞춰 한 줄씩 늘어선 학교 강당 의자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니시큰하기도 하다.


안특별한 자리에 특별한 내 자식이 앉아 있다. 사실은 속상한 마음이다. 만만치 않을 초등학교 생활의 우여곡절을 헤쳐나가야 할 당사자, 걱정되고 떨리는 마음도 함께 거든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자 안전한 사회다. 사려깊은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은 마음껏 실수하고 실패하고 울어볼 수 있다.


학교 입학은 사회화의 본격적인 시작점이자, 성장의 신호탄이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민주시민이 될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 곳임을 알기에, 경기에 임한 선수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으로 깊이 응원하는 마음을 보내다 눈물이 나는 것이다.


춘아, 이 사회를 구성하는 작은 9.5kg짜리 사람으로 역할하게 된 것을 축하해. 기억해. 엄마는 항상 너에게 기댈, 비빌, 누울 언덕이야.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우며 자라날 널 기대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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