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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Apr 26. 2021

다만, 조금 서늘하게 살 뿐입니다.

주택 탐구생활 5. 단독주택 난방비는 백만 원?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갈까 말까 고민하던 때. 마침 회사 선배의 남편분이 이 동네에 살았던 경험이 있었다. '실제 살아보면 어떠냐'라고 조언을 구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덜덜 떨었다'였다. 집이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제일 먼저 난다는 거다. '난방비 백만 원'이란, 진짜 덜덜 떨리는 조언도 있었다. 출산을 앞두고 있던 터라 더 걱정이 컸다. 전세가 나온 한 단독주택에 구경을 가 '정말 그렇게 춥냐'고 물었더니 답 대신, '우리 애들은 학원 가면 덥다고 힘들어해요, 여기 익숙해져서.'라고 하신 분도 있었다. 아. 춥단 거구나. 아기가 태어나는데 난방비를 아낄 수는 없고, 난방비로 백만 원을 쓰려면 다른걸 많이 아껴야겠다 생각하고 이사를 왔다.


딱 1년 전, 4월 말 이사를 왔는데 이사 첫날밤 진짜 덜덜 떨면서 잠을 잤다. 아... 단독주택의 추위란 이런 거구나. 초여름인데 이러면 큰일은 큰일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2층 보일러가 고장 난 거였다. 빈 집에 우리 가족의 온기가 더해지고, 보일러도 손보고 나니 덜덜 떠는 추위는 사라졌다. 그래도 5월인데, 집 밖보다 집 안이 더 서늘했다. 우리 집에 누가 놀러 온다 하면 '양말 꼭 신고 오세요'라고 말했다. 다만 그 서늘함은 여름이 다가올수록 선선함으로, 또 시원함으로 바뀌었다. 그 덕에 크게 덥지 않게 여름을 보냈다. (게다가 작년 여름은... 더위보다는 비가 쏟아진 기억밖에 없다.)


그렇게 계절 한 바퀴를 돌아 단독주택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이했다. 지난 겨울 난방비 걱정에,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보일러를 적게 돌리며 밤마다 '난방비 아끼는 법'을 검색해봤다. 거실이 뚫려 있는 복층 구조인 우리 집은 1층과 2층 보일러가 각각 설치돼 있다. 겨울에 아기가 태어나 1층 보일러는 하루 종일 틀어놨고, 2층은 낮에는 '외출'로 놓고 쓰다 밤이 되면 난방을 돌렸다. 단독주택 겨울철 난방비 정산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철근 콘크리트조 / 남향 / 지하 없이 1, 2층 복층 구조 / 3층 다락에는 난방 시설 없음.

* 보일러는 1, 2층 각각 사용.

** 도시가스입니다!


■  11월 5만 7천 원, 12월 18만 원

     1월 35만 원, 2월 40만 원, 3월 34만 원, 4월 21만 원


난방비 정점을 찌른 2월 요금이 40만 2천 원.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적게 나와서 한숨을 돌렸다. 무엇보다 연면적이 지금보다 10평 정도 좁았던 이전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 집도 남향이었는데 겨울이면 난방비만 약 3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부동산 사장님 설명대로 겨울에는 해가 더 누워 거실을 지나 부엌 안쪽까지 따뜻한 볕이 들어왔다. 낮동안 볕이 든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볕이 안 드는 북향 방은 정말이지 추웠다. 북향인 뀨 방은 남쪽으로 창이 난 안방보다 늘 2도가 낮았다. 뀨 방에 맞추자고 아기가 자는 안방 온도를 너무 높일 수도 없어, 난방 텐트를 설치해줬다.


북쪽으로 창이 난 뀨 방. 뽁뽁이도 붙여주고 벽과 침대 사이에 매트도 넣어줬다. 낮 동안 볕이 드는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가스비로만 비교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4월 요금도 상당히 많이 나왔는데 봄이 됐지만 실내가 서늘해 아직도 종종 보일러를 틀고 있다. 무엇보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생활습관이 많이 바뀌었다. 복층형 단독주택은 공기 순환이 잘 된다. 보일러를 틀어 바닥은 따뜻해도 공기는 서늘한 편이다. 아파트에 살 때는 한겨울에 집에서 반팔을 입고 지냈지만 이곳에 이사 와서는 긴팔 실내복을 입고 산다. 집 안에서도 꼭 양말을 신고 있다. (아, 몸에 열이 뻗치는 7살 뀨는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맨발로 겨울을 났다.) 아기가 있어 여기저기 온습도계를 뒀는데 대체로 21도에서 23도 안팎을 유지했다. 조금 썰렁하다- 싶게 사는 게 건강에는 더 좋은 거 같다. 공기 순환이 잘 된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단독주택 생활을 글로 정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중요한 건 '단독주택이냐 아파트냐'기 보다는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이냐'인 듯싶다. 서울에서 구경한 단독주택 대부분은 기름보일러였는데 내가 이사 온 이 동네 주택은 모두 지역난방공사에서 가스를 공급받는다. 또 같은 주택단지 안에 있더라도 창이 어느 방향으로 났는지, 또 똑같이 남쪽으로 창이 났더라도 창을 가리는 구조물은 없는지 등에 따라 실내 온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 나한테 '단독주택 살면 정말 그렇게 추워요?'라고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대답할 거 같다. '우리 애들은 다른 곳 가면 덥다고 힘들어하더라고요, 여기 익숙해져서. 아, 난방비 백만 원은 아니에요. 그러니 한 번 살아보셔도 좋겠어요!'



* 난방비 외 주택 관리비 관련 글은 여기 있습니다.


<단독 VS 아파트, 관리비 체험기

주택 탐구생활 3. 단독주택에는 관리비 폭탄이 떨어진다?>

https://brunch.co.kr/@dye11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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