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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Oct 28. 2020

단독 VS 아파트, 관리비 체험기  

주택 탐구생활 3. 단독주택에는 관리비 폭탄이 떨어진다?

요 며칠 뀨 유치원 정보를 검색하느라 지역 맘카페를 열심히 들여다봤다. 찾던 정보는 아니었지만 '주택단지 어때요'라는 질문 글이 꽤 여럿 보였다. 대부분 읽어봤는데, 댓글에 '쥐가 끓는다'거나 '관리비 폭탄 맞아요'라는 대답이 많았다. 나도 단독주택에 살아보기 전에 비슷한 걱정을 했던 게 생각났다. 주택 입주 반년 차- 그래서, 관리비 정산을 해봤다. 


* 참고로 우리 집 주택 주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조, 남향. 

지하 없이 1, 2층 복층 구조. 3층은 창고로 쓰는 다락(냉, 난방 없음)

최근 5년 내에 전체 리모델링


■ 전기요금 

7월, 8월, 10월 = 3만 원대 중후반

9월 = 6만 5천 원 (-> 에어컨 사용 가장 많았던 달)

■ 수도세 

1만 7천 원 안팎 

■ 도시가스 

1만 5천 원 안팎

■ 사설 경비업체

11만 원(CCTV 개수, 보험 범위 등 따라 다름)


이사 온 직후인 5월 요금은 제외했다. 전기도 수도세도 엄청 나와서 당황했는데 이사 직후여서 그랬던 거 같다. (누구 전문가 계시면... 왜 이사 직후에 전기, 수도세 많이 나오는지 좀 알려주세요. 청소업체도 오고...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들르고 살피고 그래서 그런 건가...???)


이전 살던 아파트에서는 가스비를 제외하고, 평균 22만 원 안팎의 관리비를 냈다. 지금보다 연면적이 약 10평 적은(!) 7층 남향집이다. 공동주택 관리비에는 다들 알겠지만 청소비, 소독비나 승강기 유지비, 하자보수비, (세입자라면 나중에 돌려받지만) 장기수선충당금 등이 포함돼 있다. 평균적으로 저 금액에 여름이면 에어컨 사용으로 10만 원 안팎, 겨울이면 난방비로 또 15만 원 안팎을 더 냈다. 


지금 주택은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더 넓어졌고 복층 구조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일단 항목별로만 조합해 보면 관리비는 오히려 조금 줄어들었다. 의외인 부분은 전기요금이었는데, 물론 에어컨을 최대한 안 쓰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적게 나와서 나도 좀 놀랐다. 주방에서 하이라이트를 쓰고 1, 2층 나눠져 있어서 에어컨 개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좀 긴장하고 있던 터였다. 이전 살던 아파트나 지금 집이나 다 해가 충실히 드는 남향인데. 아무래도 앞뒤로 통풍이 더 잘 돼 그런가 싶기도 하고... 나무가 많아서 온도를 낮춰준 효과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의 여름을 겪은 걸로 결론을 내긴 힘들겠지만 9월 전기요금을 받아 들고 남편과 신이 났던 건 사실이다.  


단독주택이어서 생각지도 못한 요금이 더 들어가는 것도 있다. 우리 동네는 마을 공동 관리비를 걷는데 1년에 10만 원 정도. 내년에 5만 원가량 더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 비용으로 나무 공동 소독을 하고 거리 청소를 한다. 그래서인지 쥐는 들끓지 않는다. 위생 부분은 내 집만 관리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을 공동 관리도 상당히 중요한 항목인 거 같다. 

 

나무 관리비용도 든다. 동네 산책을 갈 때마다 기가 막힌 정원들을 보며 주눅(!) 들었다. 내가 큰 가지치기 가위를 사다가 깔짝대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몇 달 살면서 보니 대부분 전문 조경업체들 와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고 있었다. 마침 건너편 마당을 관리해주러 오신 분께 정기관리 비용을 여쭤봤는데 (-ㅁ-) 이 표정이 나올 금액이었다. 부동산을 통해 알아보니 원래 우리 집을 관리해오던 분이 있었다고 해서 소개를 받았다. 집주인과 오랜 인연이 있는 분이셨고, 우리 집 마당 나무를 우리보다 훤히 알고 있었다. 한차례 출장을 와달라 부탁했고, 합리적인 가격에 작업을 해주셨다. 전문가가 만져주니 마당이 훤~해졌다. 가지를 쳐냈더니 볕도 더 많이 들어왔다. 올해 가을 그 고운 날들을 마당에서 더 맘껏 만끽할 수 있었다. 전지해 주신 사장님 추천으로 엄마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국화꽃을 뒀고, 마당 한켠에 가을 상추를 심었다. 마당 작은 소나무에 산비둘기 둥지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셨다. 시선을 가리고 있던 가지를 쳐내고 보니, 이제 제법 큰 '청소년급' 산비둘기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머리 부분에만 솜깃털이 조금 남아 있었다. 사장님이 전지 작업을 하는 날, 그 둥지를 안 건드리느라 고생했다고 하셨다. 좋은 분이셨다. 두 마리 다 잘 지내다 곧 둥지를 떠났다. 


전문가의 손길은... 다르다. 일찌감치 연락드릴 것을...!



■ 마을 공동관리비 

1년 10만 원(추후 인상 예정)

■ 전지 비용

어느 수준으로 얼마나 할지는 각자 선택 문제. 

면적, 나무 종류, 작업량, 업체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 집주인 따라 단독주택 세입자가 나무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듯!


물론. 어디까지나 '세입자가 지급해야 할 단독주택 관리비' 수준이다. 

자가 단독주택이라면 추가 비용이 당연히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집이란 건 끊임없이 손봐줘야 하니까. 게다가 주변 집들을 살펴봐도 25년 안팎이면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것 같았다. 단독주택을 매입한다면 이런 비용까지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 이제 관건은 겨울이다. 


지난 4월 말. 벚꽃이 다 진 뒤 이사를 들어왔는데도 집이 너무 추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하면 '양말 두툼한 거 신고 와, 우리 집 추워'라고 알려줬고. 급하게 뀨한테 맞는 작은 실내화를 주문했다. 단독이 춥다고 듣긴 들었는데. 5월인데 이러면 한겨울을 어찌 나냐 싶었다. 더욱이 이 동네에 먼저 살았던 지인이 '추운 기억밖에 안 난다'면서 '난방비 100만 원'이라고 알려줬던 터라 더욱 겁먹은 상태였다. 그래도 반년을 살면서 봄을 거쳐 여름을 지나 가을 끝자락을 보내보니, 겨울도 잘만 관리하면 관리비 '폭탄'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낮에 볕이 워낙 잘 들어 집이 참 따뜻하다. 같은 2층인데도 북향인 뀨 방은 안방보다 1.5도 이상 온도가 낮았다. 한낮 볕을 못 받는 뀨 방에는 일찌감치 난방 텐트를 주문했다. 텐트 안팎 온도가 확연히 차이 났다. 난방 효과가 톡톡한 게 아늑한 분위기까지 만들어준다. 난방비 아낀다며 춥게 살 생각은 없지만, 집안 온도를 낮춰 습도를 유지해주는 게 아이들 호흡기에도 좋다니. 조금씩 적응하면서 살펴볼 예정이다. 하나 더. 다행히 우리 집은 도시가스 난방이라 별도로 신경 쓸 일은 없었다. 이 말을 하는 게, 서울 곳곳에서 단독주택을 보러 다녔을 때 대부분 기름보일러를 쓰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이것저것 더 공부(?) 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도시가스라니 마음이 더 편했다. 


결국. 단독이라서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기보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지은 집인지. 볕을 어떤 방향에서 얼마나 받는지, 어떤 창인지 등이 중요한 요소인 듯싶다. 살아봤더니 하나씩 보이는 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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