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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아니 May 26. 2022

#08 기숙형 대안학교 아이들의 부모와의 애착관계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애착이론은 심리학자 볼비Bowlby가 1969년에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입니다. 애착이란 인생 초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모 즉 양육자와 강한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애착의 형성에 있어서는 유아와 양육자 사이에 친밀한 관계의 질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후 1년에서 3년사이 양육자와의 친밀하고 안정적인 심리적 관계를 유지한 아이들일수록 청소년기와 성장한 이후에도 인지적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지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 신뢰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유아시절  부모와의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들일수록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수용할 줄도 알게됩니다. 친구들 뿐만 아니라 이성과의 관계 속에서도 행복감과 신뢰감을 형성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반면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두려움과 같은 정서적 동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타인과 가까워지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타인에게서 버림 받거나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이런 관계속에서의 부정적 정서 또한 유아기의 애착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기숙형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염려했던 부분은 청소년기 시절에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 혹시라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라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본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은 그보다 훨씬 더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청소년기의 부모 자녀 간의 관계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릴때와는 다른 대화법과 정서적 교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입니다.


아이들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말에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다른 모든 것들 보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큰 아이는 7학년(중1)이 시작되면서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작은 아이는 좀 더 이른 나이인 초등학교 5학년 부터 큰 아이와 같은 대안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12학년인 둘째는 햇수로만 쳐도 한 학교에 8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처음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던 5학년 때 반 친구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학교가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었음에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 무렵이면 엄마가 보고 싶고 집이 그리워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억지로 대안학교에 보낸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럼에도 힘든 시기는 항상 있었습니다. 한번은 6학년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집에서 가까운 공립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마다 기질과 성격이 달라서 환경에 적응하는 양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를 이른 나이에 대안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아이의 성향을 부모가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결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모든 아이들에게 정답인 교육은 존재하지 않고 아이에 맞는 최선의 선택은 우선 부모의 몫인것 같습니다. 10년간 두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또 같은 학교의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해 오면서 저 나름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아이를 기숙학교에 보내기 이전에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먼저 점검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너무 이른 나이보다는 중학생 무렵이나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기숙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이가 어느정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기숙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의견을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 일은 어떤 일에서든지 나중에 어떤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 스스로 생각하거나 해결해 나가려 하기보다는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의 문제해결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5,6학년 정도만 되어도 아이들의 생각이나 성숙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서 오히려 일찍 기숙학교에 가는 것도 좋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으로서의 대안학교를 선택하기 이전에 먼저 아이들이 부모와의 관계형성이 잘 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지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대안학교의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기숙형 대안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부모 자녀간의 관계가 더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역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매일 함께 지내야만 반드시 부모 자녀간의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주중에 떨어져 지내다가 주말에 다시 만나게 되면 부모도 아이도 서로가 양질의 관계를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아기에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들은 부모와 분리되어 기숙학교에서 지내는 중에라도 언제나 가족의 따뜻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할때 저는 언제나 교육의 연계성과 지속성을 생각했습니다.


대안교육을 결심하고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하면서부터 두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대안교육을 받게 연계해서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정서와 환경은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아이들 일수록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나 친구들과의 분리는 정서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교육환경의 연속성과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이라는 두가지를 우선순위에 두게 되다보니 크고 작은 선택의 문제가 생겼을 때 비교적 흔들림없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대안교육이라는 것은 언제든 시작하기로 선택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지만 또 언제는 그만두고 바꾸기도 쉬운 환경입니다. 따라서 부모나 자녀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게 된다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때문에 쉽게 교육기관이나 교육환경을 바꾸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습니다. 이따금 사춘기가 심한 중학교 시기에만 대안학교에 보내서 인성 교육에 치중하다 고등학교는 다시 일반 공립학교로 옮겨서 입시교육을 통해 대학을 준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각 가정의 형편과 부모의 교육철학은 모두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결국은 갈림길 앞에서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저와 아이들의 관계는 지난 10년간 아이들이 대안학교를 다니는 동안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딸아이들이라서 엄마를 더 잘 이해해 주는 면도 있었겠지만 저역시 그간에 아이들의 삶과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며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는 벌써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재즈 뮤지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아이는 내년이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기숙학교에서 생활해온 경험이 아이가 유학 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서도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농담삼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학교 급식을 8년 동안 먹은 꾸준함이라면 세상에 나가서 어떤 일도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매일 비슷한 식단의 밥을 먹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기에 딸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맙게 생각됩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성인이 될 무렵이면 부모로부터 분화하는 시기가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그 시기에 보다 독립적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넘치도록 사랑해주는 것 그것이 자녀교육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것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저도 깨달았습니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애착attachment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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