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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아니 May 26. 2022

#06 핸드폰, 화장, 연애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대부분의 기숙형 대안학교들은 학교에서의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귀교를 하면 부모님께 전화로 도착을 알린 후 바로 교사가 핸드폰을 걷어갑니다. 주중에는 수요일 점심시간에 한시간 정도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나누어주는데 그때 밀린 SNS도 하고 집에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금요일이 되어 귀가를 할때 핸드폰을 받아옵니다. 타의적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이 주중에 금지되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고는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방학에는 각 가정에서의 재량에 따라 핸드폰 사용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을 자율에 맡겨야 하는지 아니면 강제적으로라도 시간 제한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이 다양합니다. 핸드폰 사용 시간이 늘어날 수록 중독의 위험이 높아지고 뇌의 전두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핸드폰 사용 통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아이들에게 억지로 뭔가를 금지했을 때 반대 심리 내지는 보상심리 작용으로 더 많은 사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에서도 교사 학부모 운영위원회에서 핸드폰 통제에 대한 심도 있는 회의를 여러번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지금처럼 학교에서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핸드폰 사용을 못하게 하는 것에 찬성 하고 있지만 간혹 부모님들 중에 아이들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 강제적 통제가 자칫 아이들의 주도성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진 부모들도 있습니다. 어떤 의견이 맞다 틀리다 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결론에 이르기는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전체 학생들을 관리해야하고 학사 운영을 원할하게 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핸드폰의 사용을 일주일에 한시간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디어 기기에 대한 통제 문제는 부모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은 사회문제로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전자기기에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독증세가 심해질수록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만만치 않은 현실입니다. 아이들이 일단 핸드폰 사용에 절제력을 잃어버리게 되면 수업시간이든 밥먹는 시간이든 심지어 잠자는 시간에도 핸드폰이 눈앞에 없으면 불안 증세를 나타냅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기기 하나가 아이들의 모든 정신을 조종하고 인생까지도 좌지우지 하는 현실이 미디어 세대가 아닌 부모들의 눈에는 근심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핸드폰 중독의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생각할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눈앞에서 쉴새 없이 바뀌는 화려한 화면들을 쫒아가는 동안 인간의 사고력을 책임지는 전두엽은 별로 할일이 없어집니다.


독서와 깊은 사고를 통해 활성화 되는 전두엽의 역할은 우리의 이성적 사고와 판단 능력, 창의성, 공감, 감정의 조절, 추상적 사고 등과 같은 인간다움을 영위하고 발휘하게 해주는 중요한 일을 합니다. 그런데 핸드폰 사용중에는 이 전두엽이 활동을 멈추고 제 기능을 하지 않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문학작품을 읽으라는 과제가 주어지면 가장 먼저 소설을 각색한 영화를 찾는다고 합니다. 영화가 없으면 인터넷에서 책의 내용을 요약한 내용을 찾아 읽는 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알아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입니다.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에 보면 청소년들이 미디어 지식 서버에 점차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결국 어린 뇌가 독립적인 사고와 상상력을 키우려는 욕구를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 책속에서 작가는 깊이 읽기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순간 접속의 시대에 모든 정보를 한 눈에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문학작품을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는 훈련의 유익함을 많은 아이들이 놓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까지 깨어질 정도로 강압적인 통제를 해야한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학교에서 핸드폰 사용을 금하는 규칙도 교사와 부모만의 결정이 아니었고 학생 자치회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한 내용이었습니다. 자치 회의 시간에 아이들의 의견 역시 분분했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도 스스로 핸드폰 사용에 대한 규칙과 약속을 지키는 일에 동의했고 그것을 통해 절제를 배워가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되어가는 과도기인 청소년기는 어른들의 간섭과 통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때입니다. 모든 것을 자기가 알아서 한다라고만 할뿐 실제로 알아서 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른들은 자꾸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핸드폰사용이라는 중요한 문제 이외에도 학교에서 특별히 아이들의 생활 부분에 있어서 통제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부분이 두가지가 더 있습니다. 한가지는 여학생들의 화장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연애입니다. ‘화장하는 게 뭐 어때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건강에 관한 문제로 인한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요즘에는 화장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 정도가 되면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간단한 화장을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화장품 회사에서도 이런 어린 아이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좋은 성분의 비싼 화장품을 매번 살 수 없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저렴한 화장품들을 어릴때부터 피부에 바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 각자의 자기표현의 욕구와 아름다워질 권리를 어른들이 임의대로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핸드폰이든 화장이든 결국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그것들을 아이들에게 이해하도록 하고 또 규칙을 서로 지켜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내용으로 토론하고 대화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할 것입니다. 화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년 학생 자치회와 교사학부모 운영위를 통해 새롭게 의견을 내고 규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어느 정도의 화장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압이 아닌 대화를 통해 만들어온 규칙이었기 때문에 아이들 역시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슈는 연애입니다. 학교에서는 연애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핸드폰이나 화장처럼 대화의 장을 크게 열지도 않는 듯 합니다. 아이들은 매번 자치회를 통해 연애금지 조항을 없애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교사와 부모 운영위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이 잘 통과가 되질 않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도 당연한 성장의 과정인데 그것을 억지로 통제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숙학교의 특성상 자칫 우려할 만한 상황을 교사와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좋아하는 마음까지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연애의 정황이 포착되면 바로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규칙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게 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입학때부터 부모와 학생들에게 동의를 받고 입학하고 학교에서는 여전히 연애금지에 대한 규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풋풋하고 순수한 연애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요즘 아이들의 연애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풋풋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대가 빠르게 변하고 생각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시대에 앞으로 언제까지 이런 금지 사항들이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보호하고 올바른 교육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어른들의 고민과 고군분투는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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