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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아니 May 26. 2022

#10 좋은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전통적 교육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립학교의 교사들이 사교육이나 대안교육에 앞장 선다는 생각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교사들은 많겠지만 직접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대안교육을 위해 학교의 땅을 일구는 공립학교 교사들의 이야기는 부모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키고도 남을 것입니다. 별무리학교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처음 별무리학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는 분들은 대부분 ‘공립학교 교사’라는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학교를 찾아갑니다. 적어도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들어있는 ‘학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속에 실제로 집을 짓고 학교를 세우고 마을을 이루어 살고 계시는 교사들의 삶을 보면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학교 설립 첫해에 30명 남짓했던 학생수는 10년이 지난 지금 전체 학생수가 300명이 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한 개 뿐이었던 기숙사동이 세 개로 늘어났습니다. 그 외에도 마을 여기저기에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을 때에도 입학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편입생 티오가 생기면 10분만에 접수 마감이 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비율적으로 경기와 서울 지역의 학생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중부권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경상, 전라, 강원 지역 등에서도 학생들이 오고 있습니다. 별무리학교가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때은 2021년 공립학교의 교육과정 개편 발표 즈음입니다. 맞춤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라는 전례없던 교육의 지각변동으로 공립학교와 학부모들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동안에 별무리학교는 이미 6-7년 전부터 맞춤형 교육과정을 도입해 시행하고 정착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별무리학교의 교사들에게 어떤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공교육제도를 수년이나 앞설 만큼의 선진적인 교육체계를 만들고 정착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한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사실 맞춤형 교육과정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미래 교육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하버드 대학보다 더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세계적인 인재들이 모인다는 ‘미네르바스쿨’도 교육의 혁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별무리학교가 맞춤형 교육과정을 도입하는데 참고 자료가 되었던 대학도 바로 미네르바스쿨입니다. 미네르바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는 크게 나누어 리더십, 혁신,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세계시민역량입니다.


이러한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네르바가 선택한 교육방법은 능동학습, 거꾸로학습, 융합, 글로벌 활동 등을 들 수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학생 중심의 사고방식이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미네르바와 더불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교육기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칸 아카데미’입니다.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은 MIT에서 수학과 전기공학,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입니다. 그가 멀리 떨어져 사는 조카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기 위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투자를 받는 교육사이트로 성장했습니다. 빌 게이츠 역시 자신의 아이들을 홈스쿨링 시키면서 칸 아카데미를 접하고 후원한 것으로 더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전통의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학생 중심의 역량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잘 가르치는 교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찾아내고 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역할로서의 교사가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비대면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학교의 교육도 상당부분 변화되었습니다. 온라인 시스템 구축이 얼마만큼 잘 되어있고 유연하게 운영되었는지가 지난 2년간의 교육의 성패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팬데믹의 쓰나미는 대면교육에만 의존하던 대부분의 공교육 기관에 재앙에 가까운 혼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러한 혼란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부모들이나 교사들은 전통의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교육제도를 대신할 새로운 학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함께 동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학습과 대면학습의 유연한 변환이 가능하고 토론과 글쓰기를 중요시하고 자신의 진로 적성을 고려한 프로젝트 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이 빛을 바라기 시작한 것이 바로 교육계에 불어닥친 팬데믹 효과라고 할수 있습니다. 별무리학교의 이러한 교육체계를 이해하는 부모들은 사실상 아이들의 졸업이후의 진로에 대해 오히려 걱정을 덜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훈련하는 협업능력과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졸업생들의 진로에 대한 지원과 정책이 막연히 수능점수나 내신 성적 등급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경우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그동안 졸업한 선배들을 통해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별무리학교가 맞춤형 교육과정을 진행해오는 모습을 학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공동체의 핵심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러한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는 존속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보는 통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현재의 별무리학교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는 지성과 창의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며 교육하고 있습니다. 교과목 학습이나 프로젝트 학습은 미네르바나 몬드라곤 대학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학생들에게 적합한 형태로 바꾸어 적용하였고 협업능력과 공감능력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을 위해 다양한 공동체적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초 별무리학교를 퇴임하신 초대 교장선생님은 현재 제주도에서 별무리학교의 정신을 이어가는 대학교 설립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레인 제주 별무리’라는 대학교는 별무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이루어 대안교육사업과 글로벌 교류사업을 중점적으로 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이사진, 감사, 조합원 등을 포함한 창립 맴버들이 참석한 사회적협동조합 총회가 열렸습니다. 아직 초창기이긴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별무리학교의 비전과 성장을 보아온 많은 사람들은 ‘레인 제주 별무리’ 대학에서도 같은 비전을 보고 꿈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세대는 분명 이제까지 행해온 전통의 사고방식과 교육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교육의 방향설정 역시 그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참고 BMR Magazine vol. 13 2020 Summer 도서출판 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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