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너만의 나침반을 보며 그래 그렇게 가는거야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by 리니아니


아이들의 학교에는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일년에 네 번 계절마다 발행하는 매거진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소개되고 학생들의 활동과 소감문이 올라오는데 정말 아이들이 하는 프로젝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이것 저것 다 해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한 번에 여러가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단기 프로젝트와 중장기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단기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여러 프로젝트에 다양하게 참여해 볼 수 있지만, 장기 프로젝트인 경우는 1년 이상 연구하고 결과물을 내야하는 것들도 있고 심지어 고등학교 3년 내내 진행되는 것들도 있어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자신의 적성과 관심사에 맞춰 잘 선택할 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 개선을 위한 마을 벽화 프로젝트, 시각 장애인 3D 명화 프로젝트, 월든 트리하우스 프로젝트, 네팔 선교를 위한 로뎀나무 프로젝트,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눈길 프로젝트와 노래하는 바람개비, 스마트팜 프로젝트, 마을 카페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젝트, 지역 시장을 홍보하는 메타버스 프로젝트, 역사 연구를 위한 MK 프로젝트, IT 프로젝트,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는 이타적 자서전쓰기 프로젝트 등 이외에도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중입니다.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스스로 조사하고 문제를 찾아내어 그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보통은 문제해결을 하는데 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팀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협업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학습의 내용입니다. 이러한 프로젝트 수업이 실제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 학교의 교육연구소에서는 사전에 미리 프로젝트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탐색하고 연구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마련해 줍니다. 지역 공동체가 지원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신청하기도 하고 후원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프로듀서가 되어 전체적인 그림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적인 학습의 내용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학생들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큰 아이가 12학년때 1년간 진행했던 ‘별2되다’라는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둘째 아이가 참여한 ‘이타적 자서전쓰기’ 프로젝트 입니다.


프로젝트 ‘별2 되다’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2기 졸업생 아이들 대부분이 한해 동안 공동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졸업을 앞둔 12학년 아이들이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와 영상에 담고 졸업앨범도 제작했습니다. 전체 학년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동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의견의 충돌도 있을 수도 있고 또 장기간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서로의 소통과 협업이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끝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기 졸업생들이 1년 동안 그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서로 조율해가며 배우고 완성한 작품들이 전해준 감동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들은 우선 전체 학년을 3개의 팀으로 나누었고 각각의 팀에 팀장을 뽑았습니다. 음반작업팀, 졸업앨범제작팀 그리고 뮤비제작팀이었습니다. 음반 팀에서는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별들에게’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음반팀의 목표는 음원을 프로듀싱해서 저작권협회에 등록하고 음원사이트에 판매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작사 작곡을 하는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실제로 네이버 뮤직이나 멜론 등에서 스트리밍 할 수 있도록 그 모든 과정을 직접 발로 뛰며 진행했습니다.


한 곡의 노래라고 하더라도 음반 제작에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MR 작업과 미디 작업이라는 것을 해야했고 그것을 도와줄 전문가와 녹음실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당시 Mnet 에서 방영하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 라는 프로그램의 음악감독을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과 함께 녹음실에서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등을 통해 프로듀싱을 진행하느라 금산과 서울을 몇 차례나 오고가야 했습니다. 악기 연주를 직접 하고 녹음해서 믹싱하는 것도 모두 아이들 스스로 했습니다. 그렇게 제작된 디지털 싱글 음반은 다시 저작권 협회로 보내졌고 감격스럽게도 음원 저작권협회에 저작권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음원사이트에서 ‘별들에게’라는 노래를 찾으면 스트리밍 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영상팀 아이들의 뮤비로 다시 한번 화려하게 재탄생 했습니다. 영상팀은 촬영감독과 뮤비 주인공들의 연기실력이 필요했습니다. 영상속 12학년 전체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아이들 주도적으로 배움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저릿해져옵니다. 영상팀의 팀장이자 카메라 감독인 학생은 틈나는대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의 일상을 카메라 영상에 담았습니다. 6년 가까이 일상 속에서 함께 지내온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시시각각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전문 사진가의 작품보다 훨씬 더 생동감있고 살아있는 장면들이 모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촬영팀 아이들에 의해 수집된 다양한 사진과 영상들은 또 다시 졸업앨범과 뮤비를 완성하는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졸업앨범 제작팀 아이들은 포토샵을 이용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스토리의 사진앨범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졸업즈음에 완성된 앨범은 페이지마다 즐거운 학창시절의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진이 담긴 앨범의 페이지에 특별한 애정을 느끼지 않는 학생들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통통튀는 아이디어가 정말 멋진 앨범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틀에 박힌 졸업앨범속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으로 정형화 된 일반적인 졸업앨범과는 완전히 다른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했습니다. 2기 졸업생들의 소통, 협업, 공감의 프로젝트인 ‘별2되다’는 지금까지도 후배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졸업식 날 아이들은 졸업 가운을 입고 자신들이 만든 뮤직비디오 영상에 맞추어 함께 만든 노래를 합창했습니다. 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뜨거운 감동으로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졸업식 현장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즐겁게 배우고 성장한 배움터를 떠올리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음반 팀장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고 촬영을 했던 영상팀장은 대학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배움이 삶으로 연결되게 하는 곳이고 그러기 위해 삶을 위한 교육이 실현되는 곳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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