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어찌 보면 불완전의 결합이다. 불완전한 남자와 불완전한 여자가 서로 만나 불완전한 부부가 되어 온전한 부부가 되기 위해 일생동안 서로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다.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평탄한 결혼생활만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을 잘 모르는 생각일 수 있다.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가 없는 것이 오히려 문제 있는 부부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에 부딪쳐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삶의 모습인데 부부관계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호사로서 부부관계나 가정에 대해서만큼은 일반적인 다른 사건과는 다르게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타인의 가정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고객이 이혼을 위해 사무실에 찾아오면 부부가 화해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었다.
여성인 경우 남자인 나의 상담에 한계가 있을 경우에는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아내보다 나이가 많은 어느 여성분은 아내의 상담을 받고 잘 해결되어 나중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가정상담소를 운영하는 처형에게 안내를 해 주어 전문적인 가정 상담을 받도록 도와주었다.
개업 후 이혼 사건은 수임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였다. 두 건의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실행해 오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이혼 사건은 가정 회복보다는 이미 쪼개진 부부관계의 사후 정리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관계에 대해 이렇게 깊은 관심을 둔 나 자신도 아내와 결혼하여 시행착오를 겪었다.
흔한 고부간의 갈등에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세월을 허송했다. 시댁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아내의 예민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나의 편견만을 고집하다 부부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아내와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부 사이에는 이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의 세계가 깊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내의 미세한 감정과 가슴의 소리를 듣는데 서툴렀다.
그래서인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부부들을 만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서로 다투었던 것인지 후회가 막심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사소한 문제가 사소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나의 조그만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에세이에 부부나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사실 아무리 사회적으로 부, 명예나 권력을 얻어 성공하더라도 부부관계에 실패하면 마음의 진정한 평화와 만족을 얻기 힘들다. 부부의 행복이 인생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쉽게 이혼을 권유하고 새로운 재혼을 조장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새롭게 재혼을 해도 부부관계에서 삶의 문제는 모양만 바꾸어 역시 똑같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손쉬운 이혼은 부부간의 문제를 깊이 있게 해결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이혼은 재혼해서도 동일한 실패를 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배우자는 삶을 다하는 순간까지 서로 기대며 함께 걸어가는 인생의 동반자이다. 배우자와의 행복한 부부관계가 삶의 온전한 완성인 것 같다.
살아갈 인생이 많이 남아 있다. 아직도 미완성의 부부이다. 계속해서 배우고 노력하여 아름다운 부부로 완성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