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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테라피 8 - 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방법

by 일상의 봄

나에게 가장 무겁고 불편한 단어는 [해야 함]이었다. 큰 바위덩어리가 어깨와 가슴에 턱 내려앉는 느낌.

내면화된 책임과 의무감 아래에 깔려있는 부담감을 펼쳐놓고 바라본다. 감정 덩어리를 이리저리 쪼개서 마음에 드는 단면을 찾는다. 해석하고 재구성해보는 작업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무게로 덜어내는 시도이자 점진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었다.


1. 해야 함에 대한 중압감

- 어휘 하나에 반응하는 내면

"해야 함"의 무게

그래야 함을 알지만

나를 위한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해야 함"의 중압감


2006.7.25 화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두껍고 무겁고 시커먼 색깔, 투박한 질감이었다. 중하층민 아이들이 먹는 저녁식단은 당위성이 가득한 밥상이었다. 아버지의 나무라는 소리에 안에서 놀던 밥알들이 점점 굳는다. 색깔은 흰쌀밥이지만 질감은 타다 만 까만 연탄재.


나에게 기분이나 선택을 묻는 질문은 없었다. 이래야지 저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권위적인 태도는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 무게를 자각하고 있다는 점은 치료적으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2. 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1단계

– 창문과 물, 흐름

'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1단계

창문, 바람, 물이 있으면

시원하겠다

숨통이 틔이겠다.


2006.7.25 화


사실, 어른이 돼서 겪는 '해야 함'의 무게는 10% 밖에 안된다. 90%는 어영부영 넘어가며 차곡차곡 쌓은 어린시절의 것들이다. 그래서 현재 '해야 함'이 11%만 돼도 속에서는 100이라는 임계치를 넘었다고 난리다. 행력을 높이려면 묵은 감정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내야 했다.


무겁고 꽉 막힌 느낌을 풀어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파란 창문, 바람처럼 흐르는 물방울~ 순환하려면 창문이 마주 보고 있어야겠다. 두 창문은 가능성을 암시하고, 물방울은 감정의 순환과 정화를 나타낸다.


환경과 조건이 달라지면 감정 해석도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그림이다. "해야 함"을 묵직한 짐으로만 여기지 않고, 유연하게 바라보는 전환의 시작이다.



3. 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2단계

– '욕조 속 안정감'

"해야 함"을 수용하는 2단계

잠을 잔다. 물속에서 쉰다.

자는 동안 보살핌도 받는다.

부드러워진다.

해야 함과 두려움은 창문 밖에 있다.


2006.7.25 화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고 물방울이 웃는다면 그 다음은? 욕조 안에 평화롭게 누워있고 싶었다. 물방울은 포근한 이불이 된다. 해야 함은 창문 밖에 두었다. 욕조와 이불이 휴식과 보호를 상징하며 주변 색들도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 그림은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내적 공간’이 생겼다는 표현이다. 2차원인 연결은 ‘내가 누구인지’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3차원 공간은 ‘어디에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힘이 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싸우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쉴 수 있게 된 내면 상태. '해야 함'이 물 위에 뜨기를~ 감정의 욕조 안에서 회복하고자 하는 자기 돌봄의 상징이다.



4. 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3단계

– 풀어서 해석하기

숨 쉴 구멍이 이것밖에 없는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


압박감을 느낄 때 내 표정, 눈은 감고, 코는 겨우 숨 쉴 정도. 쓰임이 없는 입은 생략되었다.

"해야 함"에 대한 바른 개념

~ 해주면 좋겠어.

~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아

~ 하는 게 어떨까? => 이렇게 해석하기

불편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 이렇게 해주겠니?

이번에는 ~ 이렇게 한 번 해볼까?


다양한 언어적 표현과 색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의 어휘와 뉘앙스에 미묘한 차이를 느껴본다. 마치 내면의 목소리를 번역하고, 덜 강박적으로 조율해 보려는 시도다.

타인이나 자신이 던지는 “해야 해!”를 다양한 말로 바꿔보며 청자로써 느끼는 감정의 강도를 조절하는 작업. 이는 인지적 재구성 작업에 해당하며, 표현예술치료의 핵심 중 하나다.


'해야 함'을 상황과 대상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역할이나 업무를 줄 때 경직되고 자신이 떠맡을 수 있다.



5. 해야 함에 대한 이미지 모음

– 감정의 층위적 재해석

① '해야 함'을 들을 때의 표정

- 왜 그래야 하는데요?

- 꼭 그래야 하나요?

- 안 하면 안 되나요?


② 약간의 무기력. 힘이 빠지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할 수 없지 뭐


③ 초대라고 생각하자. 철갑을 씌우는 게 아니라 ~ 그렇게 해주겠니?라는 가벼운 초대로 받아들이자.


④ 넓어진 느낌. 마루에 햇빛이 들어오는 기분


⑤ 이 그림 사진이 눈에 들어오는데 붙이기가 겁났다.

내 무의식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가면 어떡하지?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한데 그래도 한번 붙여보자.


⑥ '해야 함'에 대한 생각은 이미 지나갔다.

'초대' 받은 순간부터 다른 어딘가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다. 멈춰야 할 것 같아서이 사진을 붙이고는 미술도구를 정리한다. 만날 나를 만나게 될 것 같은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부드럽게 나의 허물을 바라봐...


⑦ 뭔지 모르겠어.


2006.7.25 화 두려워서 멈췄어


표정, 손, 창문, 자유로운 풍경, 아기 그림까지 다양한 삶의 장면이 등장한다. 감정과 현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일치, 갈등, 희망, 수용의 층위를 드러낸다. '해야 함'에 대한 기존의 경직된 프레임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이 작업은 단순한 미술 활동이 아니라 감정을 의식화하고, 언어화하며, 치유로 나아가는 순례의 여정이다. 이런 작업을 지속한다면, ‘해야 함’이 ‘해도 좋음’으로, ‘무거운 감정’이 ‘깊이 있는 성찰’로 변환될 수 있다.





'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Q&A


Q1. '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라는 주제는 어떤 점에서 좋은가요?


A1. 순간적으로 꼭지가 도는 어휘나 시선, 태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때 보통은 내가 예민한가? 하고 회피하거나 억누르지만, 이 감정은 중요한 내적 신호입니다. 유독 자극이 되는 어휘를 주제로 다뤄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율성과 진짜 욕구를 회복하는 기회를 줍니다. 특히 회피-통제의 악순환을 끊고, 심리적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Q2. '유독 불편한 어휘를 다루기'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나요?


A2. 강박적 사고로 인해 에너지 소진을 자주 느끼는 분, 자기 검열을 많이 하고 타이밍을 놓치는 분, 평소에는 잘 배려하다가 이건 아니지 싶으면 극 T가 되는 분, 거절해야 할 때 오래 고민하는 분, 긍정 감정 표현은 다양한데 부정 감정 표현은 단조로운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Q3. 이 기법은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A3. 먼저, 감정 인식 능력 향상. 무의식적 반응이 아닌 의식적 해석을 통해 불편함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둘째, 심리적 거리 두기. 관찰자로 감정을 바라보기를 통해 감정에 지배당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내면에 안전한 회복 공간을 마련하고, 스스로를 덜 비난하며 돌봄의 언어로 자신을 대하게 됩니다.
넷째, 의사소통 능력 향상,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경계 설정과 소통이 유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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