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정을 사랑하게 된 두 남자
그렇게 양진우, 오현석, 차윤정은 미국 젊은이들의 사교 모임에서 처음으로 만난 이후에 한국인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었기에 수시로 간단한 도움을 받거나 친분을 쌓기 위해 만나곤 했다.
세 명이 같이 모일 때도 있었지만 세 명이 다 같이 모이는 것은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어떤 때는 양진우, 차윤정이 만날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오현석, 차윤정 둘이 만날 때도 있었다.
차윤정은 수학 전공의 박사 학위 소지자 답게 차가운 분위기였지만 전형적인 동양 미녀 스타일이었다.
한국을 떠나서 미국인들 사이에서 생활하다 보니 양진우, 오현석, 차윤정의 친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외국에 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도 외국에서 한국인들 서로 만나는 것은 더욱 뜻이 깊은 일이었다.
한편, 그렇게 남자 둘과 여자 한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남녀간에 우정은 어렵다고 하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도 젊은 남녀 간에 말이다.
양진우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프로그램과 관련한 수학이 필요하여 수학 박사인 차윤정에게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 일로 양진우와 차윤정은 서로 자연스럽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양진우가 설립한 회사의 수학 업무를 도와주면서 양진우를 가까이 접한 차윤정이 보기에 북한 출신인 양진우였지만 성격은 남한 청년들보다도 더 부드러운 것 같다고 차윤정은 느꼈다.
차윤정도 처음에는 북한 출신인 양진우가 어려서부터 북한에서 세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사고도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의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다정다감하면서도 상냥한 스타일의 남자가 양진우였다.
오현석은 운 좋게 비트코인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때 사두었다가 엄청난 수익을 올려서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오현석이 단순히 운이 좋은 것 같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비트코인이라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앞을 내다 볼 줄 알아야만 비트코인을 오래 갖고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현석은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전에 비트코인의 구조, 일정한 물량 이상은 절대로 더 비트코인이 발행될 수 없는 것 등을 철저하게 이해한 후에 비트코인에 투자했었다.
물론 비트코인의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이지는 신도 모르는 것이었다. 따라서, 오현석의 비트코인 투자가 성공한 것에 운이 따른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운 만으로 그가 비트코인 투자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오현석은 그렇게 비트코인을 철저히 이해한 후 운이 따라서 벌게 된 많은 돈을 아무렇게나 사용하지 않는 젊은이였다. 오현석은 비트코인으로 벌게 된 엄청난 수익 중에 상당 부분을 아프리카 교육 활동 등에 기부하는 등 뜻 있게 돈을 사용하고자 했다.
차윤정을 만났을 때도 오현석은 좋은 기부할 곳이 없겠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훌륭한 목적을 위해 비트코인으로 벌게 된 돈을 뜻 있게 사용하고자 하는 오현석의 생각은 칭찬을 해야 할 만한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운 좋게 큰 돈을 벌면 대부분 사치한 생활 등에 낭비하기 마련인데 오현석은 젊은 나이임에도 함부로 돈을 쓰려고 하지 않고 훌륭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고 하는 생각이 깊은 청년이었다.
차윤정도 그렇게 큰 돈을 벌고서도 뜻 있는 곳에 돈을 쓰려고 하는 오현석의 모습에 나이를 떠나서 존경심까지 느꼈다.
비슷한 젊은 나이에 존경심을 갖는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차윤정은 나이와 관계 없이 비슷한 나이라도 본받을 만한 것은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었다.
이렇게 3인이 사교 모임에서 만나게 된 지 7개월 만에 오현석이 차윤정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차윤정은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느라 제대로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오현석의 사랑 고백에 당황했지만 오현석이 훌륭한 목적을 위해 기부하는 모습을 좋게 보아 왔기 때문에 오현석에게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렇게 오현석이 차윤정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후 공교롭게도 몇 달 후에 양진우도 차윤정에게 고백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오현석이 먼저 차윤정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은 꿈에도 알지 못하던 양진우는 북한을 탈출한 후 따뜻한 정에 굶주려 오다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수학 관련 업무로 차윤정을 가까지 접하면서 차윤정을 여자로 좋아하게 되었고, 뜸만 들이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차윤정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차윤정은 몇 달 차이로 이렇게 두 명의 남자로부터 고백을 받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2명의 남자로부터 각각 고백을 받은 사실을 오현석과 양진우에게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었다.
오현석과 양진우는 차윤정을 믿고 그렇게 고백을 했는데 그런 고백 사실을 다른 남자에게 발설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고백을 한 후 오현석과 양진우는 각각 그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차윤정에게 대쉬를 하기 시작했다.
오현석은 근사한 곳으로 저녁 식사로 데이트를 신청했고, 오현석과 차윤정은 즐겨 보는 오페라를 같이 가기도 했다.
반면에 양진우는 회사를 운영하느라 바빠서인지 차윤정에게 고백을 한 후에도 많은 시간을 차윤정과의 데이트에 사용할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도 양진우는 나름대로 자주 차윤정과 만남을 갖고 소통을 하면서 차윤정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
차윤정은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논문을 쓸 때보다 더욱 어려운 갈등이었다.
양진우와 오현석은 그렇게 차윤정이 자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남자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은 후 갈등하는 것을 꿈에도 알 수 없었다.
차윤정은 두 명의 남자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고백을 받고 속을 태우지 않을 수 없었다.
차윤정의 마음에 어느 하루는 양진우가 더 마음에 들기도 하고 다른 날은 또 오현석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하는 등 수시로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을 차윤정은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두 남자의 사랑 고백으로 속을 태우던 그 때 당시를 떠올리고 있는 차윤정은 지금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DMZ 무궁화의 시작을 경축하는 경축식을 바라보면서 양진우와 오현석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 때의 고민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지금 이렇게 차윤정, 양진우, 오현석 3인이 만든 DMZ 무궁화를 바라보면서 변화무쌍한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