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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Aug 13. 2021

<숨이 쉬어지지 않아요> ep.04

계획에 없던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먹던 약을 모조리 끊었다.

증상은 점점 악화됐지만 요령껏, 또 가족의 도움을 받아가며 일상생활을 적응하기 시작했다.


임신기간과 모유수유 기간을 합쳐 대략 2년간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어차피 내가 써야 하는 약들은 임산부와 수유부가   없는 약이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모유수유를 고집했던 이유는 잠의 충분한 확보를 위해서였다.


첫째 아이를 키우며 분유 수유를 했던 우리는 밤잠을  년간 설쳤다.

아이가 유독 예민하기도 했지만, 젖병 설거지와 젖병 삶는 시간, 분유 타는 시간, 아이 트림시키는 시간, 밤에 배앓이로 몸부림치는 시간들로 밤잠 설치는 일이 너무 힘겨웠고, 그런 시간들을 줄여서 잠을  확보하려면 모유수유가 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가면역질환에 명확한 원인은 없지만, 대다수의 의사들은 스트레스가 영향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모든 생리적 욕구 가운데서 수면욕이 가장 우선이었다. 끼니 대신 잠을 선택했을 정도로 잠이 정말 중요했다.

그런 나에게 밤잠을 설치는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병에  악영향을 끼칠까 싶어 불가피하게 모유수유를 선택했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을 병원의 도움 없이 살다가 모유수유가 끝나서야 다시 방문을 하게 됐다.


방문 사유는 우측안면과 두피의 감각소실.


어느  세수를 하는데 볼과 턱에 감각이 없어졌다.  치과에서 부분 마취주사를 맞은 것처럼. 

처음 발병하고  년간 다른 곳으로 증상이 번진 적이 없어서 크게 당황했고,  길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예전 주치의에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결론은 cidp의 증상 확장이었고, 더불어 내 팔의 신경이 동맥혈관만큼이나 부어있다면서 인턴을 불러 교육을 시켜주는 모습까지 구경하게 됐다.


결국 그날 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다.


문제는 링겔주사로 맞아야 하는 양이었는데 두고  아이들의 하원과 케어를 급하게 맡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주사 말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처방해주면 집에 가서 먹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는 하루치 복용량으로 소론도 200알 정도를 4~5일간 처방받았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가니 약사는 병원에 확인을 해봐야겠다며 확인 전화를 걸고 나서야 처방을 해줬던 만큼 이례적인 일이긴 했었던  같다.


하루치의 약 분량이 봉투에 담기지 않아, 하루 당 한 통씩 담아주었다.


막상 먹으려고 뚜껑을 열고 손에 쏟아보았지만,

 먹고 자살하는 사람의 기분이 이런 걸까- 싶은 생각이 들어

도저히 입으로 넣을 수가 없었다.


한 번에 입에 넣는 약이 200개라니.


참담한 기분이 들며 동시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물속에서 머리만 빼꼼 내민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끝까지 들이쉴 수가 없었다.

다리와 머리에서 피가 빠지는 느낌이 들며 주저앉기까지(나중에 이 증상이 반복되어 심장에 문제가 있을까 검사를 받았는데 공황장애가 오기 전 단계라며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


그간의 공포와 두려움이 스트레스가 되어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병원 예약을 다시 잡고 링겔 주사로 맞았지만, 그 후로도 1~2년간은 약간의 다른 스트레스에도 숨을 쉬기가 힘든 상태가 자주 나타나서 내 마음관리에 힘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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