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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Dec 15. 2021

<죽을 때까지 낫지 않는 병> ep.06

둘째 아이를 낳고 다시 치료를 시작할 ,

내가 사는 지방도시에는 Cidp 대해 아는 의사가 없었다.

꽤나  대형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내 병에 대해 이야기하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던 의사들을 잊을 수가 없다.


심지어는  앞에서 다른 교수님에게 전화하여 치료 사례를 묻는 경우도  적이 있다

자가면역질환 전문이라던 대학 한방병원 교수님도,

말초신경병 전문이던 신경과 의사도 마찬가지.


주변의 광역도시로 정기치료를 받으러 다닐 수밖에 없었고, 달에  번은 그렇게  외출에 나섰다. 1시간 반을 내리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야 도착할  있는 대학병원에 가야,  병에 대해 이야기를   있는 사람을 만날  있었다.


어느 날, 유일하게 나와 병에 대해 소통하던  의사가 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얹었다.


 - 그냥, 평생 가지고 간다고 생각하세요. 불치예요 불치.


그것도 영혼 없이 아주 심플하게.


CIDP 난치병이라는  알고 있다.   그대로 <난치>이지 불치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병에 대해서 관련 논문도 여럿 썼던,  분야에 대해 꽤나 권위 있는 사람에게 불치라는 말을 들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같았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대충 진료를 마무리 짓고 문을 열고 나오면서부터,

봇물 터지듯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대학병원에 진료를 다니며 주차장이나, 복도 , 중환자실 근처에서 눈물 쏟는 사람  두 번 본 게 아닌데, 설마 그게 내가  줄이야.

한번 터진 눈물은 수납을 할 때도, 주차요금을 정산할 때도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이렇게 병세가 약했다 심했다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엔가, 

 몸이 버틸  없을  순식간에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신만 멀쩡한 식물인간이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를 수십 년 복용과 중단을 반복하다가 부작용으로 드러눕거나 세상을 등질 수도 있다.


그런 공포감에 휩싸이자  정신세계더 이상 내가 컨트롤할 수가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1시간 내내, 흐르는 눈물 훔쳐내며 기도밖에 할 게 없었다.


병세가 괜찮아진다면 군대에 남아있고 싶다던 소망은,

그저   다리로 걷고   손으로  떠먹을  있는 

지금의 상태만이라도 유지하게 해 주세요-  바뀌었다.


세상에 이렇게 흉악한 병이 있을까 싶다.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멀쩡하게 붙어있는 사지를   없다는 게.

발병하면 다른 이의 도움만을 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게.

증세를 약화시켜주는 약은 수백 가지 부작용을 각오해야만   있다는 게.


기도가 이루어진 것인지, 다행히도 약의 부작용은 견딜  있을 정도로 반응했다.

두세 달에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달에   고열에 시달려 앓아눕거나,

또는 한 달 중 일~이주일은 방광염이나 골반염으로 항생제를 달고 살거나.


어쨌든 약을 끊고 관해 기간에 들어온 지금,

약을  때보다는 삶의 질이 월등하게 높아졌다.

그렇기에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는 지금이

눈물 나게 감사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건강하다는 , 가지고 있는 자는 절대 모르는 축복일 것이다.

가지지 못한 자는 정말 죽을 만큼 갈망해도 가질  없을  있는 게 건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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