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나 Feb 07. 2022

<고통은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ep.07

내 이야기를 보는 많은 CIDP환우들께서 아마 제일 바라는 글은

“완치됐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희망을 가지세요.”

일 것이다.


내가 처음 병에 대해 알아볼 때 그랬으니까.


의사가 아무리 불치에 가까운 난치다,

평생 지고 가야 한다, 고 말을 했어도 분명 사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치에 가까운 난치라곤 해도,

어쨌든 불치는 아닐 거라고 속으로 열심히 되뇌면서.


그러나 국내에는 도무지 사례를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유일한 환우 카페에 가입했을 때도,

가입자 수가 30명 언저리에 위치해 있을 정도였다.

유튜브도 찾아보고, 구글링과 인스타그램으로 해외자료들도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다들 열심히 ‘완치’를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들뿐이었고

완치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례가 되어보고자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처음 이 병을 진단받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읊어보자면

일단 약은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21년 2월 이후로 먹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약을 중단한 지 6개월 후부터 양손의 떨림을 시작으로

양손 저림, 근력 약화, 왼 손의 움직임 둔화, 왼 발의 감각 및 근력 약화 등등의

병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정도면 속도가 이전보다 현저하게 더뎌졌고

일상생활도 충분히 가능하다.

약을 1년 간 끊은 것 치고는, 꽤나 정상인처럼 살고 있으니 희망적이라고 봐도 좋을 듯싶다.


이렇게 되기까지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

일상 속에서 계단 오르기 같은 근력을 쓰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했고

먹는 것도 유기농과 무항생제를 위주로 챙겨 먹었다.

가공식품보다는 제철 채소를 조리해 먹으려고 노력했고

특히나 항염+항암효과가 있다는 토마토와 마늘을 거의 매일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수면량도 충분하도록 애썼고.


발병 7년 째인 지금은 꽤나 안정적인 편이다.

물론 운동을 전공하고 군에서 훈련을 받을 때만큼은 아니긴 하지만

일상생활은 얼마든지 누릴 수 있으니 그걸로도 만족스럽다.

가벼운 계단 몇 칸 오르는 것조차 손잡이를 의지해야 했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정말 좋다.

군인으로 남아있고 싶은 건 고사하고,

내 밥이라도 내 손으로 떠먹을 수 있게 해 달라던 그때의 기도를 잊지 않고 있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 또 증상이 악화될지 몰라 꼭 폭탄을 안고 있는 것만 같지만,

아직 그렇지는 않으니 미리 걱정하지 않으련다.

또 다가오는 3월 진료 때, 약을 처방받더라도 금방 끊을 수 있을 거라는

경험에서 오는 희망도 있으니 괜찮다.


그러니 앓고 있는 여러분도, 또 그 가족들도 너무 절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히 절망적일 순간도 있지만,

이 병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인생이야

늘 고통과 기쁨이 함께 있지 않은가.


누가 그랬는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람의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이라고 했다.

그저 내 기본값이 조금 더 높다고,

그렇지만 기본값인 만큼 적응하고 견뎌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자.


모두가 힘을 내어 건강히,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이 글을 통해 가 닿기를 빈다.



이전 11화 <죽을 때까지 낫지 않는 병> ep.06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