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10여 년 전업주부로 지내다 재취업을 했었다. 당시 아이들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여서반일근무를 찾았다. 오전, 오후 근무로 나눠 뽑는 대기업 특채에 지원했다.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예상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서류전형에 합격 후 면접 보는 날 가족들에게 알렸다. S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은 떨리기보다 정말 신이 났다.
대기업에 입사하여 실력 있음을 증명해 보고 싶었나 보다. 흥미보다는 성적에 맞춰 들어간 학부였고 당시 취업이 어려워서 대학원에 갔었는데 그때의 논문과 연구실 경력으로 재취업을 했는데 대기업이었지만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경력직이 녹록지 않았다는 얘기다. 입사부터 오랜 시간 맺어진 직원들 틈에 끼기는 어려웠고 어린 직원들과 일하기도 버거웠다. 좋았던 건 구내식당의 밥과 출퇴근시간의 정확함,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뿐이었다. 흥미가 없는 대학 전공 따라 지원한 것이 잘 못이었다. 그렇게 오래 공부했었는데 어려웠고 보람도 못 느꼈다.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둘째가 다 컸다고 생각한 것도 오산이었다. 출근길에 유치원 버스를 태울 때마다 가기 싫다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힘들었다. 반일 근무라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다. 적성 따윈 생각도 안 했고 그저 하루빨리 취업해서 돈을 벌고 싶었는데. 집에 있는 건 내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육아로 집에 있는 거라며 한없이 무너졌던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나 보다. 남편에게 돈을 타서 쓰는 것 같아 싫었다. 육아로 지쳐서 몸도 정신도 힘들었던 시기에 재취업은 삶에 생기를 가져왔다. 아주 잠시. 아이들이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친정엄마의 도움이 절실했다. 일하는 동안 육아에서 벗어나 생기를 찾았지만 친정엄마의 지쳐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만 좋자고 친정엄마의 고생을 모른 척하기엔 양심에 찔렸다. 퇴사를 결정했다. 그렇게 다시 전업주부가 되었다.
아이들이 크며 육아가 수월해졌다. 차츰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며 가장 중요시하고 공을 들인 건 책 읽기였다. 책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게 했다. 읽어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하던 일을 멈추고 읽어주었다. 외출할 땐 책을 챙겼다. 아이들 책은 하드커버가 대부분이어서 무거웠지만 내 물건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방 속에 넣었다. 어디를 가든 책을 챙기며 읽어주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아이들과 가장 자주 가는 곳도 도서관과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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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과 상관없이 선택했던 대학에서의 전공보다 좋아서 한 독서 육아가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다. 열정적으로 책을 고르고 읽어주었을 뿐.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휴식으로 책을 읽는다. 나는 학교에서 독서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림책으로 다양한 수업을 한다.고백하자면 그림책의 넓은스펙트럼을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알게 된 사실이다.육아로 쌓은 경험으로 진정으로 원하는길을 가고 있다.